별처럼 바람처럼 2162

“이 세상을 떠날 때 두려워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죽음 연습 언제부터인가 죽음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죽음 연습이라고 해서 뭔가 거창한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른 아침, 집 뒤에 있는 대나무 숲 언덕에 잠깐 올랐다가 내려올 때 해가 뜨기 시작하는데 그 햇빛을 받으면서 눈을 감는다. 그렇게 눈을 감는다 해도 강렬한 햇빛 때문에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이 아니라 붉은 색에 가까운 주황색이 느껴진다. 동시에 따뜻한 햇볕이 온몸을 감싸면서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그 순간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일도, 사랑도, 친구도, 심지어는 가족까지도.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 따뜻한 에너지를 느끼면 어느 순간 내가 그 에너지에 스며들어가 마침내 하나가 된다. 그것은 영적인 경험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나에게 신성하면서도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오늘도 해가 ..

Last Night Proms - Joshua Bell - Estrellita

순박한 시골처녀여 나에게 손을 흔들지 마오 내가 탄 마차가 지나가면 당신은 흙먼지를 뒤집어쓴다네 (…) 거짓으로 사랑하였으나 목 놓아 울었네 - 황병승(1970~), ‘모래밭에 던져진 당신의 반지가 태양 아래 C, 노래하듯이’ 중에서 소설가로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내가 쓰고 있는 이야기가 도통 재미가 없을 때이다. 왜 그럴까, 열심히 하고 있는데. 십중팔구 허튼소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잃어버린 채 마음에도 없는 그럴듯한 말만 이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나 자신이다. 다시는 소설을 쓰지 못할 것 같은, 엄살 섞인 절망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그런 시기에 이 시를 읽었다. 거짓으로 사랑하였으나 목 놓아 울었다니! 우리의 사랑은 어차피..

이종웅2020년 2월 28일 · 우울한 시대의 사랑에게]중에서

이종웅 2020년 2월 28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박현수 시인. 당신의 라는 시를 처음 읽던 날. 내 목마름이 구체적인 소리로 다가 오더군요. 그 동안 뱉고 싶었던 내 안의 모든 말들이 당신의 시 속에서 분수처럼 솟구쳐 오르고 있었기에 난 이내 한기와 함께 오한을 느꼈으며, 그날부터 감기와 몸살로 며칠을 앓아야 했답니다. 내가 시를 읽고 앓아 보기는 처음이었지요. 우리 인간들이란...... 시를 읽고 앓기도 한다는 사실을, 박현수 시인, 당신은 알고 계시는지요? 세한도歲寒圖 1 어제는 나보다 더 보폭이 넓은 영혼을 따라다니다 꿈을 깼다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그 거리를 나는 눈물로 따라 갔지만 어느새 홀로 빈 들에 서고 말았다 어혈의 생각이 저리도 맑게 틔어오던 새벽에 헝클어진 삶을 쓸어올리며 첫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