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바람처럼 2162

인디언 기도문

+ 일상 속의 기도 뒤로멈춤앞으로 바위 틈새 풀 한 포기 처마 끝 제비, 조각 구름 생명 있는 모든 것, 무생물까지도 사랑하게 해 주세요 앞마당에 놀러 온 까치 소리에 길을 나설 수 있고 차 한 잔에도 감사하게 해 주세요 망막의 작은 떨림 심박동의 갑작스러움에도 안절부절 조마조마하지 않게 평안하게 해 주세요 한때 내가 멀리했던 이웃들 무던히 비굴했던 나 자신을 용서하게 해 주시고 알게 모르게 저지른 거짓 행동까지 용서해 주세요 슬픔은 엷은 미소로 가지치기를 어둠은 한줄기 빛으로 물을 뿌려 무관심은 사랑으로 잔디를 깎고 양분을 주어 내 삶의 정원을 잘 가꾸게 해 주세요 + 치누크족 인디언의 주기도문 저 높은 곳에 계시는 우리 아버지, 우리의 가슴에 당신의 이름을 좋게 기억하게 하시고 모든 부족의 추장이 되..

230429일자 페이스북에서...

이종웅 2022년 4월 29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독일에서 살던 집 정원 체리 열매는맛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맛잇는 체리를 찾아 세명의 아들과 벨지움 까지 먼길을 다녀오기도 했었습니다. 작년 가을 고향 마당에 체리나무를 심었습니다. 세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마지막 시도라 생각하고 가지 유인작업을 했습니다. 마치 먼 길을 돌아나온 사람처럼, "새들이 흥겹게 노래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이 뜨거워지는 체리가 익어갈 무렵 그 시기는 짧고 사랑의 괴로움은 늘 고통스럽지만 나는 언제까지나 체리가 익을 무렵을 사랑하네 마음 속 그 추억과 함께", 체리가 익어갈 무렵을 상상합니다.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랑하는 아이들을 그리면서...아름다운 고향의 봄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이종웅 2018년 4..

어느 병원에서 있엇던 일이랍니다

이종웅 24분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어느 병원에서 있엇던 일이랍니다. 입원한 환자 한 분이 얼마나 포악한지 이제는 어느 간호사도 신부님, 목사님 정신과 의사 등등 그 어느 누구도 들어가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옆방에 잇던 소년이 자기가 들어가겠다고 해서 모두들 극구 말렸지만 들어갔고 무슨 험한 일이 일어날지 몰라 밖에서 모두들 상황에 따라 즉시 들어가려고 대기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그 험한 환자와 소년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한참이 지난 후에 다시 오겠다는 소년의 소리와 함께 소년이 웃으며 병실에서 나왔습니다. 모두들 몰려가 어땋게 했느나고 물으니 그 소년의 대답은 "그냥 함께 놀았어요" 였답니다.

설중매(雪中梅), 꽃 바람 속 봄은 성큼

정병선 설중매(雪中梅), 꽃 바람 속 봄은 성큼 남녘에는 매화가 만개했나 봅니다. 하동 섬진강 가에서 차를 가꾸시는 동학(同學)이 자랑삼아 보내주신 홍매(紅梅)를 보니 춘흥(春興)을 이기지 못해 몇 자 적습니다. 1. 꽃이 필 무렵에 부는 바람을 화신풍(花信風)이라 하는데. 소한(小寒)부터 곡우(穀雨)까지 120일 동안에 닷새에 한 번씩 모두 24번의 꽃 바람이 분다고 하여 이십사번화신풍(二十四番花信風)이라 부릅니다. 24번의 꽃 바람 중에 가장 먼저 부는 바람이 소한(小寒)에 부는 매화풍입니다. 봄 꽃은 잎보다 먼저 핍니다. 매화나무나 벚나무는 잎보다 꽃이 먼저 핍니다. 목련도 개나리도 진달래도 꽃이 먼저 핍니다. 겨울에 지친 사람들을 위무하느라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부터 성급하게 보여줍니다. 그 ..

< 결국은 가볍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김 훈 / 작가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김 훈 / 작가 망팔(望八)이 되니까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벗들한테서 소식이 오는데, 죽었다는 소식이다. 살아 있다는 소식은 오지 않으니까, 소식이 없으면 살아 있는 것이다. 지난달에도 형뻘 되는 벗이 죽어서 장사를 치르느라고 화장장에 갔었다. 화장장 정문에서부터 영구차와 버스들이 밀려 있었다. 관이 전기 화로 속으로 내려가면 고인의 이름 밑에 '소각 중'이라는 문자등이 켜지고, 40분쯤 지나니까 '소각 완료', 또 10분쯤 지나니까 '냉각 중'이라는 글자가 켜졌다. 10년쯤 전에는 소각에서 냉각까지 100분 정도 걸렸는데, 이제는 50분으로 줄었다. 기술이 크게 진보했고, 의전을 관리하는 절차도 세련되다. '냉각 완료'되면 흰 뼛가루가 줄줄이 컨베이어 벨..

고향 영서당 뜨락에 앉아 대나무 숲을 바라 보며 오유지족(吾唯知足)을 생각합니다

고향 영서당 뜨락에 앉아 대나무 숲을 바라다 보며 오유지족(吾唯知足)을 생각합니다 "나는 오직 족(足)함을 알 뿐이다." 1519년 서른네 살 김정국(金正國:1485~1541)은 기묘 사화로 선비들이 죽어나갈 때,동부승지의 자리에서 쫓겨나 시골집으로 낙향을 해 고향에 정자를 짓고 스스로 팔여거사(八餘居士)라 불렀다. 팔여(八餘)란 여덟 가지가 넉넉하다는 뜻인데, 녹봉도 끊긴 그가“팔여”라고 한 뜻을 몰라 친한 친구가 새 호의 뜻을 묻자, 은퇴한 젊은 정객은 웃으며 말했다. "토란국과 보리밥을 넉넉하게 먹고, 따뜻한 온돌에서 잠을 넉넉하게 자고, 맑은 샘물을 넉넉하게 마시고, 서가에 가득한 책을 넉넉하게 보고, 봄꽃과 가을 달빛을 넉넉하게 감상하고, 새와 솔바람 소리를 넉넉하게 듣고,눈 속에 핀 매화와 서..

[삼선 이야기]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을까?

윤일원 3시간 · [삼선 이야기]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을까? 2023.2.24. 이종웅 님의 페북 글이다. (2023.2.4)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을까? 누군가와 더불어 행복해지는 최상의 방식은 혼자서도 행복한 법을 배우는 일이다. 타자의 존재는 선택사항이지 필요가 아니다.” 《팡세》(Pensées, "생각")에서”, 날이 갈수록 구구절절이 다가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혼자서도 행복한 법을 배울 수 있을까요?” 여기에 이런 답글을 달았다. “한때 이런 글을 읽으면 섣불리 마구 답글을 단 적이 있습니다. 첫 사다리를 오를 적 느낌과 마지막 사다리를 오를 때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몰랐거든요.” 그러자 “사람들이 살면서 어떻게 자기만의 행복을 추구하고 느끼며 살아가는지 글을 한편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