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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시인.
당신의 <세한도>라는 시를 처음 읽던 날.
내 목마름이 구체적인 소리로 다가 오더군요.
그 동안 뱉고 싶었던 내 안의 모든 말들이 당신의 시 속에서 분수처럼 솟구쳐 오르고 있었기에
난 이내 한기와 함께 오한을 느꼈으며,
그날부터 감기와 몸살로 며칠을 앓아야 했답니다.
내가 시를 읽고 앓아 보기는 처음이었지요.
우리 인간들이란...... 시를 읽고 앓기도 한다는 사실을,
박현수 시인, 당신은 알고 계시는지요?
세한도歲寒圖
1
어제는
나보다 더 보폭이 넓은 영혼을
따라다니다 꿈을 깼다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그 거리를
나는 눈물로 따라 갔지만
어느새 홀로 빈 들에 서고 말았다
어혈의 생각이 저리도
맑게 틔어오던 새벽에
헝클어진 삶을 쓸어올리며
첫닭처럼 잠을 깼다
누군 핏 속에서
푸르른 혈죽(血竹)을 피웠다는데
나는
내 핏속에서 무엇을 피워낼 수 있을까
2
바람이 분다
가난할수록 더 흔들리는 집들
어디로 흐르는 강이길래
뼛속을 타며
삼백 예순의 마디마디를 이렇듯 저미는가
내게 어디
학적(鶴笛)으로 쓸 반듯한
뼈 하나라도 있던가
끝도 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래더미 같은 나는
스무 해 얕은 물가에서
빛 좋은 웃음 한 줌 건져내지 못하고
그 어디
빈 하늘만 서성대고 다니다
어느새
고적한 세한도의 구도 위에 서다
이제
내게 남은 일이란
시누대처럼
야위어 가는 것
- [우울한 시대의 사랑에게]중에서
세한도歲寒圖
1
어제는
나보다 더 보폭이 넓은 영혼을
따라다니다 꿈을 깼다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그 거리를
나는 눈물로 따라 갔지만
어느새 홀로 빈 들에 서고 말았다
어혈의 생각이 저리도
맑게 틔어오던 새벽에
헝클어진 삶을 쓸어올리며
첫닭처럼 잠을 깼다
누군 핏 속에서
푸르른 혈죽(血竹)을 피웠다는데
나는
내 핏속에서 무엇을 피워낼 수 있을까
2
바람이 분다
가난할수록 더 흔들리는 집들
어디로 흐르는 강이길래
뼛속을 타며
삼백 예순의 마디마디를 이렇듯 저미는가
내게 어디
학적(鶴笛)으로 쓸 반듯한
뼈 하나라도 있던가
끝도 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래더미 같은 나는
스무 해 얕은 물가에서
빛 좋은 웃음 한 줌 건져내지 못하고
그 어디
빈 하늘만 서성대고 다니다
어느새
고적한 세한도의 구도 위에 서다
이제
내게 남은 일이란
시누대처럼
야위어 가는 것
- [우울한 시대의 사랑에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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