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시골처녀여
나에게 손을 흔들지 마오
내가 탄 마차가 지나가면
당신은 흙먼지를 뒤집어쓴다네
(…)
거짓으로 사랑하였으나 목 놓아 울었네
- 황병승(1970~), ‘모래밭에 던져진 당신의 반지가 태양 아래 C, 노래하듯이’ 중에서
소설가로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내가 쓰고 있는 이야기가 도통 재미가 없을 때이다. 왜 그럴까, 열심히 하고 있는데. 십중팔구 허튼소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잃어버린 채 마음에도 없는 그럴듯한 말만 이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나 자신이다. 다시는 소설을 쓰지 못할 것 같은, 엄살 섞인 절망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그런 시기에 이 시를 읽었다. 거짓으로 사랑하였으나 목 놓아 울었다니! 우리의 사랑은 어차피 거짓이다, 그러고도 목 놓아 우는 우리는 실패한 존재들이다. 진실의 뜻이 뭔지 물어보는 거짓, 성공을 무시할 수 있는 실패. 바로 내가 쓰려고 했던 세계였다. 내가 길을 잃은 것은, 세상이 말하는 진실과 성공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깨달음이 왔다.
[나를 흔든 시 한 줄] 은희경·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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