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결코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不賣香).
매화를 예찬한 이 유명한 표현은 조선 중기의 문신 상촌(象村) 신흠의 수필집 <야언(野言)>에 나온다.
“오동은 천년을 늙어도 가락을 품고 있고(桐千年老恒藏曲),
매화는 한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
달은 천 번을 이즈러져도 그대로이고(月到千虧餘本質),
버들은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柳經百別又新枝).”
매화는 선비정신의 표상이다.
추워도 지조를 잃지 않고,
가난해도 절개를 굽히지 않는다.
만물이 추위에 떨어도 매화는 이에 굴하지 않고 꽃을 피워 가장 먼저 봄을 알린다.
바람 속에 매화향이 섞였다.
햇살 속에 매화 꽃잎이 녹아들었다.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리고 있지만,
매화는 아랑곳않고 섬진강을 따라 북상하며 세상에 봄을 알리고 있다.
매화가 달려오는 저 길을 따라 곧 개나리, 진달래도 달려올 것이다.
올봄의 꽃소식은 평년보다 이틀 정도 이를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다.
3월, 달력을 한 장 넘기니 찬바람은 여전해도 계절은 빛깔이 달라졌다.
![](http://img.khan.co.kr/news/2011/02/28/20110301.01200134000005.01M.jpg)
전남 광양 다압면의 섬진강 매화마을에는 조지훈의 시비가 서있다.
“매화꽃 다 진 밤에/ 호젓이 달이 밝다/ 구부러진 가지 하나/ 영창에 비치나니/ 아리따운 사람을/ 멀리 보내고/ 빈 방에 내 홀로/ 눈을 감아라/ …보내고 그리는 정도/ 싫지 않다 하더라.”
수많은 시인 묵객들처럼 조지훈도 매화를 사랑했다.
‘지조론’을 쓴 그인지라 그의 ‘매화송’은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그리워도 기품을 잃지 않는 매화의 자태에서, 흔들어도 동하지 않는 선비의 자세가 오버랩된다.
조지훈은 ‘지조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한때의 적막을 받을지언정 만고에 처량한 이름이 되지 말라.”
잠시의 영화를 좇다가 두고두고 오명을 남기지 말라는 권고다.
그런데 ‘지조론’은 만고의 역적 이완용에 대해 “36년의 선견지명은 가졌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완용은 36년간이나마 호사했다지만 곧 무너질 권력에 빌붙는 변절자들은 딱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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