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pain I feel now is the happiness I had before. That's the deal."
- C. S. Lewis -
자기가 죽을 때가 가까와졌다는 것을 알았던지,
알츠하이머에 기억을 잃어가던 아버지가 요양원으로 찾아온 아들에게
바다가 내다보이는 곳에 있는 자기 화실이 있는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잘 꾸며진 감옥같은 요양원에서 삶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다고...
평생을 고집스럽게, 자기 식으로 살아온 아버지가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바라보며 말을 잊지 못하던 아들...
집으로 돌아와 바다 앞에 선 아버지가
직업에 모든걸 바치면서 살아가는, 자기 생활이라고는 없고
이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 한 명도 없이, 몸이 엉망이 되도록 일만 하는,
금방이라도 쓰러져 버릴 것 처럼 지친 모습의 아들에게 말을 합니다;
그렇게 앞만 보면서 달리지 말고 가끔은 멈춰서
한 곳에 앉아 주위 풍경을, 세상을, 삶을 바라다보라고,
함께 앉아서 그런 순간들을 나눌 사람을
사랑을 찾아보라고
.....
평생을 같은 그림만 그렸던 아버지,
아들과 그리 가깝지도 않았고 많은 대화를 나눈 적도 없는 아버지...
붓을 쥔체로 미완성의 캔버스 앞에서 죽은 아버지를 흔들면서
깨어나시라고 울부짖는 중년의 아들...
눈물로 흐릿해진 눈으로 아버지의 그림을 보면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훌쩍이며,
이젠 더 이상 세상에 없는 아버지에게 투정을 부리듯이
'함께 앉아 세상을 바라볼 개를 구하겠다'고 말하는 아들의
흔들리는 어깨...
아버지가 말씀하신건 그런 뜻('개'가 아니라 '사람'을 찾으라는..)이 아니었다고
쓸데없는 설명을 하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사랑과 이해의 깊이를
모르는 사람의 쓸쓸한 참견...
이제야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외로움' '고독' 그리고 '인간 관계'에 대해서...
별로 나누는 말없이 함께 바라보는 바다와
두 사람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나고
혼자가 되어 바라보는
같은 바다의 '다름'에 대해서...
'기억' 할 수 있는 삶의 축복에 대해서,
'기억'을 뺴앗아가는 나이듦이나
병의 잔인함에 대해서...
죽음의 손에 끌려 누군가가 먼저 떠나고 나면
그 뒤에 남겨지는 사람 몫의 외로움과 슬픔의 크기에 대해서...
제가 아주 심하게 외로움을 느낄 때는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누군가와의 대화나 관계에서
불투명하고 벽처럼 단단한 의사소통, 이해의 장애를 느낄 때 입니다,
도대체가 나눌 줄을 모르고 자기만 고집하고 자기만 내세우고
다른이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의 상처만 감싸달라고 강요하는
지독한 자기중심적 존재와 함깨 할 때 입니다,
다른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줄 모르고
다른이의 바램이나 꿈을 감싸줄 줄 모르고
다른이의 믿음이나 살아가는 방식을 존중할 줄 모르고
함께 배우고 도우며 살아가는 대신에
가르치려고, 강요하려고만 드는 막히고 눈먼 존재를 만날 때 입니다.
그냥 만나서 따뜻한 차 한잔 함께 나누며 지극히 범속한 삶의 이야기 나누고 싶은,
방향없이 걸으면서 아이들 같은 가벼운 웃음 나누고 손도 잡아보고 싶은,
단어를 몰라서 무슨말을 한거냐고 묻지 않아도 되는
친구들이 그리워질 때 외로움을 느낍니다.
하늘이 눈물나도록 파래서 네 생각이 너무 나더라고 전화를 걸며
목소리가 조금 갈라지는 듯한 친구를 생각할 때 외로움을 느낍니다.
늦은 시각까지 잠들지 못하고 혼자 깨어 있는데
주위에 가족들이 있고 매일 얼굴을 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가슴엔 찬 바람만 분다면서...옆에 있다면 좋겠다고 말하는 친구를
당장 만나러 가 줄 수 없을 때 외로움을 느낍니다.
함께이지 않은 이들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다른 하늘 밑에서
서로가 있는 곳을 향해 마음을 열어 놓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젠 이 세상에서는 함께 일 수 없는 이들의 얼굴들 대신에
살아있을 때 기쁨으로 그리움으로 수없이 부르곤 했던
그들의 이름들을 써 봅니다.
사고나 병처럼 가슴을 할퀴고 멍들게 했던,
피할 수 있었더라면 정말 좋았을, 잊고 싶은 몇몇 구겨지고 모난
인연들에 대한 기억엔 외로움이 함께이지 않다는 걸 확인합니다,
그저 씁쓸하고 메마른 느낌만...
외로움은 사랑이 있었던 공간에서 불어오는 부재의 바람
외로움은 사랑을 잃고 난 뒤 남은 그늘
외로움은 아직 찾지 못한 사랑에의 갈망
외로움은 가슴과 머리 사이의 거리
외로움은 끝나지 않은 꿈의 뒷자락
외로움은
사랑의 다른 이름
.......
아버지의 그림을 집으로 가져와 벽에 걸고 바라보는 아들..
앞만 보고 달리며 멈춤없이 살아가는 대신에
가끔 멈춰서 한 곳에 앉아
함께
삶을, 세상을 바라볼 사람을 찾으라는 아버지의 말씀대로
자기처럼
가슴에 구멍이 난 체 살아가던
외로운 여자를 만납니다,
그 여자의 아파트 벽엔 남자의 아버지가 그린 그림이 걸려있었습니다,
여자는 그게 누구의 그림인지 모르고...
사랑은 때로는
외로움으로 찾아오는가 봅니다.
SUMMER MOON님으로 부터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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