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바람처럼

어떤 것과의 이별 그리고 꺼져가는 존재에 대한 느낌-Gustav Mahler - Symphony No.9 in D-major - IV,

장전 2020. 11. 7. 04:43

지는 꽃을 위하여 /문 정희

 

잘 가거라, 이 가을날

우리에게 더 이상 잃어버릴 게 무어람

아무 것도 있고 아무 것도 없다.

가진 것 다 버리고 집 떠나

고승이 되었다가

고승마저 버린 사람도 있느니

가을꽃 소슬히 땅에 떨어지는

쓸쓸한 사랑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이른 봄 파릇한 새 옷

하루 하루 황금옷으로 만들었다가

그조차도 홀홀 벗어버리고

초목들도 해탈을 하는

이 숭고한 가을날

잘 가거라, 나 떠나고

빈 들에 선 너는

그대로 한 그루 고승이구나

 

 

 

 

 

이 교향곡은 말러 작품 중 가장 독창적인 형식으로 난해하다는 평가도 받지만

삶의 희로애락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통찰력이 담긴 대곡으로 평가받는다.

베토벤이나 슈베르트, 브루크너 등 많은 작곡가가

9번 교향곡까지 작곡하고 세상을 등진 것을 의식한 때문인지,

말러는 아홉번째 교향곡인 '대지의 노래' 대신 열번째 작품 '이별'에 9번을 붙였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