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바람처럼

+ 불후의명곡 - 박기영, 오페라 명곡 소화 ˝I Dreamt I Dwelt In Marble Halls˝.20151003 | ♬

장전 2020. 11. 5. 04:12

이연실

 

ㅡ 거미줄의 질문 ㅡ

흰구름 담은 하늘도

녹색 초원을 품은 지상도

바람처럼 통과시켰네

허공에서 이슬이나 벗하며

이승과 저승 사이를 오가던 나에게

그대 무슨 인연으로 예까지 왔는가

 

지구촌 76억 명 중에서 일생동안 우리는 몇 명쯤 만나게 될까요?

어느 지인은 명함 7만 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경우 친구를 5천 명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국내외 지인들 수천 명을 알고 지낸다 한들 정작 가까운 사람은 얼마나 될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밥 한 끼 같이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일까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실제로 얼굴을 보며 서로의 삶을 아는 이들은 소수입니다. 우리가 갑자기 집을 나온다면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며 그들은 누구일까요?

만약 3명쯤 있다면 감사한 일입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21세기 역병 코로나.

어느새 비대면 시대로 접어든 인류의 삶 앞에서 이 시대를 통과하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돌아봅니다. 살아온 세월만큼 스쳐간 사람들과 당구공처럼 툭 우리 인생의 한순간을 거쳐간 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인들은 저마다 소리 없는 아우성 속에 놓여 있습니다.

대개 인간으로서의 절대 고독을 느끼는 시대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군중 속에서 다 외로움을 호소하는 것이 결코 가을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이제 인간이 산다는 것은 고독과 더 친해지는 일이 될 것입니다.

자기 자신과 동행하는 연습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 틈에서 인연의 그물을 생각합니다.

거미줄 같은 인연 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하다가

끝내는 그 안에서 생을 마감할 테지요.

인연의 소중함은 돼지와 거미의 우정 이야기 '샬롯의 거미줄'에도 나옵니다.

돼지 윌버가 묻습니다.

"너는 보잘 것 없는 나를 왜 구해주었니?"

그러자 샬롯이 대답하지요.

"너는 내 친구잖아.그것으로 충분히 소중해."

세상사 인연은 삶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입니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상대방의 일생이 오고 역사가 오는 일이며, 그 주변의 그물 같은 인연이 같이 따라서 옵니다.

그리하여 한 사람 인연의 무게가 때로는 우주의 무게와 같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