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세르주 갱스부르
_“행복이 사라질까 두려워 행복으로부터 도망친다”
1969년 파리. 세상에서 가장 부도덕하고 퇴폐적인 노래가 탄생했다. <즈템 … 무아 농 플뤼 Je T’aime … Moi Non Plus>. 이 노래가 유럽을 휩쓸자 교황청은 이례적으로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방송을 금지시켰다. 뜨거운 정사 현장을 묘사한 이 노래는 지금 불후의 명곡으로 살아있다.
“당신의 허리 사이를 나는 가고 또 와요. 당신은 파도, 나는 발가벗은 섬…” 남녀는 밀어를 주고받으며 교합한다. 교성(嬌聲)이 새어나오고, 마침내 섹스의 절정에 이른 여인은 거친 신음을 토하며 외친다. “아니야, 지금 해, 어서 들어와.”
이 듀엣송에서 남자는 피아니스트 작곡가 가수 시인 소설가 영화감독이었던 세르주 갱스부르(Serge Gainsbourg), 여자는 그의 사실상의 부인이었던 동거녀 제인 버킨(Jane Birkin). 그러나 원래 갱스부르의 최초 파트너는 다른 여인, BB라는 애칭으로 불린 브리지트 바르도(Brigitte Bardot)였다.
<세상에서 가장 도덕적인 노래?>
1967년, 부인이 있는 갱스부르와 남편이 있는 BB가 눈이 맞았다. 그다지 윤리적이지 않은 두 사람의 행로는 물어보나 마나다. 심지어 BB의 자택에서도 정사가 벌어졌다.
어느 날 BB가 그에게 요구했다. “당신이 상상하는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어 줘.” 그는 그 자리에서 문제의 그 노래를 완성하고 곧이어 BB와 함께 녹음에 들어갔다. 독일 백만장자인 BB의 남편(군터 자크)이 격노해서 스튜디오로 찾아왔다. “그 노래가 두 사람의 이야기냐”고 다그치자 갱스부르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내 생애 최초의 사랑노래이자 가장 도덕적인 노래라오!” 도덕을 대하는 그의 관점이 그렇다.
프랑스의 한 언론은 이 노래를 “BB의 신음과 한숨, 기뻐서 울부짖는 소리로 채워진 4분 35초.”라고 평했다. 입장이 난처해진 BB의 요청으로 이 노래는 발표되지 못했고 두 사람 사이는 틀어졌다. BB는 남편에게 돌아갔고, 갱스부르는 그 ‘도덕적인 노래’를 부를 다른 여가수를 찾아야 했다.
영국 영화배우 제인 버킨이 갱스부르의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파리에 왔다. 그는 남편이 있는 그녀를 유혹해 사랑에 빠뜨려놓고, 이 노래를 함께 녹음했다. 극도로 불안하고 가냘픈 음색, 그만 스러질 것 같은 나약함, 수동적인 섹스 어필의 그녀는 이 노래의 오묘한 분위기를 감지해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그녀는 마치 이 곡을 부르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갱스부르의 언어는 얼른 감이 잡히지 않으면서도 정곡을 찌른다. 퇴폐의 명곡 <Je T’aime … Moi Non Plus>도 그렇다. 여자가 신음하면서 “사랑해(Je T’aime)”하고 말하자, 남자는 “나도 아니야(Moi Non Plus)”라고 답한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의 언어는 문법을 초월한다. 남자는 여자가 정사 중에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실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도 아니야”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사랑해 … 나도 아니야”라는 말은 지금 프랑스에서 관용어가 되었다. 섹스는 하지만 사랑하진 않는다는 뜻이다.
갱스부르는 독설가이자 패러독스의 달인이었고, 술, 담배, 섹스의 삼중 중독자였다. 일반의 눈으로 볼 때 그는 부도덕하기 짝이 없고 정신병자에 가깝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왜 당신 집의 벽은 온통 까만색이냐고 사람들이 물으면 나는 이유를 말해준다. 정신병원의 벽은 온통 하얀 색이니까.”
천재 예술가로 프랑스를 열광시킨 그는 갖가지 중독 때문에 1991년 3월 2일, 불과 63세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날 파리는 하던 일을 멈추고 그를 추모했다. 친구들은 그의 마지막 길에 바칠 시를 그가 만든 노래 중에서 골랐다. 그의 노래를 불렀던 가수이자 영화배우 카트린느 드뇌브가 그의 관 앞에서 노랫말을 낭송했다. “행복이 사라질까 두려워 행복으로부터 도망친다 Fuir le bonheur de peur qu'il ne se sau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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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사회통념을 거부했던 남자, 행복을 지키기 위해 세상의 행복으로부터 도망친 세르주 갱스부르의 파리 자택과 그가 묻힌 몽파르나스 묘지로 초대합니다. / 박경욱
+65장
“행복이 사라질까 두려워 행복으로부터 도망친다
Fuir le bonheur de peur qu'il ne se sau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