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집 월동 준비를 끝냈습니다.
이곳은 너무 적막해서
세월이 흐르는 소리도 들리는듯 합니다
저녁이면 컴도 티비도 모두 내리고
조용히 대나무 숲과 마주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이파리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바다로 출항하는 어선들의 깃발이 보이고
저는 갯바위에 걸터앉아
배 들어 오기를 기다리는 한 소년이 됩니다
지금 서있는 바로 이 자리에서
어머니는 16세 부친은 14세에 결혼을 앞두고
신부의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하신 부친께서
그래도 걱정이 되시는지
결혼식 전날 밤
배 깡치로 잇빨을 문지르셨다는 할머니의 목소리도 들리는듯 합니다
세월은 이리도 부질없이 흘러가도
서울 아파트 17층에서 바라보던
휘황한 러브호텔의 표지등이 구원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간혹 제가 누구인지를 몰라 서성이는
작은 한마리의 짐승으로 서 있습니다
추신
그래도 다행입니다. 물러가는 가을을 배울할 수가 있어서
조금은 외로움을 견딜 수 있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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