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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끓이며 외로움도 향기인양 마음에 젖는다.'. / 아름다운 바이올린 명곡모음

장전 2013. 11. 11. 18:21

 

 

 

 

'11월의 긴긴밤을 차 끓이며,

 

끓이며

 

외로움도 향기인양 마음에 젖는다.'

 

 

 

 

 김현승 시인도

지금의 내마음 같았나보다.

 

 

 

 

 

미시간의 겨울은 춥고, 길고, 그리고 우울하다.
어디서나 겨울은 겨울이라 당연히 춥고, 일조량 적어 어두운 분위기지만, 북방 미시간의 겨울은 튼드라의 바람이 날것으로 덤벼들어 더 춥고, 회색 구름이 작정하고 퍼질러 앉아 겨우내 폐광속처럼 음흉스럽다. 시월초 수페리어 호수가부터 덮히기 시작하는 눈은 잔인한 사월이 끝나도록 퍼붓는다. 삼면이 광활한 호수로 둘러싸여 허구헌 날 폭설인데, 눈은 낟개일때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보다 영롱하고, 얇게 덮혔을때 맑은 순결로 세상을 가려주지만, 무릎이 빠지면 삶은 강제로 고독속에 파묻힌다. 그래서 미시간의 겨울은 눈속에서 쓸쓸하고, 어둠속에서 비탄에 젖는다. 참, 그렇지. 조만간 눈덮힌 시야 저끝에는 고단해 숨 헐떡이는 세모의 해가 지평선을 넘으려 하겠지. 또하나의 시간토막이 세월속에 수장되고 생은 마감쪽에 다가서는데 무엇으로 밝음의 상념을 만질것인가.
할로윈의 밤, 호박등 켜고 초콜릿 캔디  준비해 아이들 기다리는데, 비바람이 몰아처 발길이 뚝 끊겼다. 자작나무에 붙었던 몇개의 노란잎들도 거의 다 떨어져 나가고, 이제 오 헨리 흉내라도 내야할 시간인것 같다. 새벽에는 남은 낙엽이 눈으로 덮힌단다. 
'11월의 긴긴밤을 차 끓이며, 끓이며 외로움도 향기인양 마음에 젖는다.' 김현승 시인도 지금의 내마음 같았나보다. 그렇지, 11월에는 술 데우는거보다, 차 끓이는게 더 어울리지.
초인종 소리 나고 아이들이 외친다  Trick or T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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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11월에는 술 데우는거보다,

 

차 끓이는게 더 어울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