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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를 걸으며 / Michael Hoppé** October Poem

장전 2013. 11. 10. 06:40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윤재철)...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술값은 재들이 낼 거야


 옆자리 앉은 친구가 귀에 대고 소근거린다
그때 나는 무슨 계시처럼
죽음을 떠올리고 빙긋이 웃는다

 

 


 그래 죽을 때도 그러자
화장실 가는 것처럼 슬그머니
화장실 가서 안 오는 것처럼 슬그머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빗돌을 세우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왁자지껄한 잡담 속을 치기배처럼
한 건 하고 흔적 없이 사라지면 돼

 

 


 아무렴 외로워지는 거야
외로워지는 연습

 

 


 술집을 빠져나와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를 걸으며
 마음이 비로소 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