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프랑스에서 '투루 드 세계 사이클 선수권 대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알프스 산맥과 피레네 산맥을 넘어 프랑스 도로를 일주하는 경기였습니다.
이 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스포츠경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 대회의 최대 관심사는 두 사이클 영웅이었습니다. 독일의 정상을 달리고 있는 얀 율리히가 미국의 랜스 암스트롱을 꺾을 수 있을까에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랜스는 이미 이 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한 경력으로 미국이 내세우는 세계적인 스타 선수였고 얀은 랜스를 넘어 독일인의 꿈을 이뤄줄 유일한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24일 동안 1만 리를 달리는 대장정이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두 라이벌은 접전을 벌였습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시속 50킬로미터를 넘나드는 속도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숨 막히는 접전이었습니다.
랜스 암스트롱은 역시 사이클의 영웅다웠습니다. 15구간을 지날 때까지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1위를 하던 랜스 암스트롱에게 갑자기 불상사가 생겼습니다. 도로가에서 응원하던 한 어린이가 주행로에 불쑥 뛰어들었고, 그는 넘어져 버렸습니다. 랜스 암스트롱에게는 절망적인 순간이었습니다. 1위를 내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얀 율리히에게는 2위에만 머무르게 했던 숙적을 물리치고 1위에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게 됐습니다. 하늘이 내린 기회였습니다. 계속 페달을 밟기만 하면 우승을 거머쥘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뒤따르던 얀 율리히 선수 역시 곧바로 레이스를 중단하고 랜스 암스트롱이 일어나 다시 달리기를 기다렸습니다. 1등을 달리던 경쟁자가 다시 일어나 페달을 밟는 것을 보고서야 본인도 페달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시작된 경주에서 두 사람을 있는 힘을 다해 달렸습니다. 결과는 랜스 암스트롱의 승리였습니다. 얀 율리히는 또 2등에 머물렀습니다.
랜스 암스트롱은 고환암에 걸려 생존가능성이 희박했지만 고환을 떼어내고, 뇌의 일부를 잘라내며 투병한 끝에 출전한 선수였습니다. 미국은 그가 투병 끝에 다시 정상에 선 그를 축하했습니다. 독일은 얀의 매너가 실종되어 가는 스포츠 정신을 살려내고 독일의 국격을 높혔다고 흥분했습니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두 영웅의 레이스를 감동으로 지켜봤고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누가 승자입니까?
누가 패자입니까?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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