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혹한
경향신문 | 김택근 논설위원 | 입력 2011.01.1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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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는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깊이 들이닥친다.
일용노동자들은 일감이 끊기고 노점상들은 손님이 끊긴다.
노숙자들은 언 밥을 씹으며 위험한 잠을 청해야 한다.
그런데도 연말연시 우리네 인심은 날씨보다 독하다.
잇단 충격적인 사건들이 벌어져 우리 이웃을 돌아보지 못했고,
또 성금을 도둑질하는 일까지 생겨 어느 해보다 차가웠다.
구세군 종소리마저 없었다면 완전히 얼어붙을 뻔했다.
세찬 눈보라가 칠 때면 장터의 국밥집이 생각난다.
국물과 그 국물보다 따스한 주인의 인정이 그립다.
옷이 허름할수록 더 많은 양의 국밥을 내왔다.
다 비울 때쯤에서 국물을 부어주고, 다시 밥덩이를 넣어주던 아주머니.
그러고는 사내가 미안해할까봐 먼 곳을 쳐다보며 딴전을 피우던 장터의 어머니들.
국밥집 처마에 걸려 있던 고드름마저도 따뜻했다.
온정은 돌고 돌아 내게로 돌아온다.
약한 사람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 물 한 모금, 미소 한 조각…. 추울수록 더욱 아름다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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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ful Tonight - Eric Clap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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