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故鄕 長華里와 迎瑞堂의 빛

전남 담양, 천천히 걸으며 즐기는 나만의 여유

장전 2009. 5. 18. 12:28

전남 담양, 천천히 걸으며 즐기는 나만의 여유

한여름 못지않게 따가운 햇살이 창을 뚫고 들어오는 요즘.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햇살에 푸르름 가득한 자연이 그리워진다. 그 안에 잠겨 5월의 시원함을 머금은 바람과 더불어 초록을 누리고 싶어지는 것. 서둘러 움직이는 여행도 싫다. 천천히 느리게 걸으며 나만의 호흡으로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 이럴 때 찾아가면 좋은 곳이 전통과 자연 그리고 호흡이 느린 사람들이 기다리는 전라남도다.

◆ 돌담길을 걷다 한옥과 쌀엿, 한과를 만나다

창평 삼지천마을

= 전남 담양군을 찾아가는 많은 사람은 신문 잡지 또는 텔레비전 화면에 비치는 담양의 대숲과 메타세쿼이아 길에 반해 그곳을 찾는다. 자연 그대로 오랜 세월 자라온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것. 그곳에 사람들 발걸음으로부터 살짝 비켜 앉은 공간이 있다. 슬로푸드가 있는 곳, 창평면이다.

창평면 면소재지가 있는 삼천리에는 한옥과 돌담이 잘 보존돼 있다. 창평 고씨 집성촌이었던 덕에 고택들이 지금껏 보존될 수 있었던 것. 이 마을을 이름나게 한 것은 고택만이 아니다. 황토와 작은 돌로 층층이 쌓아올린 고택을 둘러싼 3.6㎞ 돌담과 집집마다 전해져 내려온 음식, 어머니의 손맛이 더욱 창평을 이름나게 했다. 지금도 사람들은 옛 마을길 정취가 그리울 때면 창평을 찾는다.

창평파출소 안쪽으로 이어지는 돌담길을 따라가다 보면 중간 중간 창평전통쌀엿이라 쓰인 작은 간판들이 보인다. 창평의 너른 들에서 생산되는 쌀로 만드는 엿집들이다. 예부터 풍요로운 들녘이 있는 남도 관혼상제에는 엿이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집집마다 엿을 만드는 비법이 전해진 것.

담양 한과

이 마을의 엿은 생강 향이 나는 생강엿이다. 생강물을 달여 엿 늘리는 물로 사용하고, 조청을 고아 갱엿으로 만드는 과정에도 생강이 들어간다. 엿에서 생강 향이 나는 이유다. 마을 어른들은 어릴 적부터 겨우내 이 엿을 먹으며 감기를 물리쳤다고 한다.

지금 이 마을에서 엿을 만드는 곳은 8집이다. 엿 생산농가들은 가을걷이를 끝낸 후 흑보리 엿기름과 쌀을 삭히고 고아 만든 쌀엿 조청 제조로 엿 만들기를 시작한다. 겨울에 주로 만들므로 이맘때는 엿을 찾아보기 힘들다.

창평 쌀엿 조청은 창평의 대표 전통음식인 한과에도 많이 사용된다. 기름에 튀겨 잘 부풀어 오른 바탕을 쌀엿에 담갔다가 고명 위에 굴려내면 한과가 완성되는 것. 그 위에 색색의 견과류와 과일조림을 얹어 모양을 내는 것도 쌀엿이 접착제 구실을 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마을을 돌아보는 것을 마치고 들녘을 건너 한과 생산공장으로 가면 한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견학하고 직접 한과를 만들어볼 수 있다. 예약은 필수.

◆ 촬영지로 각광받는 담양의 아름다운 숲길

 

 

이국적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사진제공=담양군청>

 

 

 

 

 

 

 

 

 

 

 

 

 

 

 

 

= 담양 군내를 오가며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나무는 메타세쿼이아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나무가 줄지어 선 풍경이 이국적이어서인지 드라마와 영화, CF 촬영지로도 각광받아 온 것. 메타세쿼이아는 원래 중국산 나무라 한다. 그것이 미국으로 건너가 지금 품종으로 개량돼 메타세쿼이아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그 나무가 다시 국내로 들어와 담양군에 심겨진 것은 1972년께. 당시 내무부에서 시행하던 가로수 조성사업으로 길을 따라 3~4년생 묘목을 심은 것이 지금의 명품 나무길이 됐다.

메타세쿼이아 길을 산책하거나 하이킹을 하려면 학동마을 입구에서 오른편 옛길로 진입해야 한다. 옆으로 새로 난 24번국도(순창 방향)가 있으니 주의할 것.

이 밖에도 담양에는 대숲을 누릴 수 있는 죽녹원과 대나무골테마공원, 대나무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대나무박물관 등 대나무와 관련된 공간이 많다. 또 담양읍 한가운데로 흐르는 관방천변의 오래된 숲도 볼거리다. 6㎞나 이어지는 조선시대 숲에는 200년 이상 된 팽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개서어나무 곰의말채나무 엄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366호다.

■ 교통정보

△가는 길=호남고속도로 창평IC로 나와 창평 방향으로 좌회전할 것. 창평읍내로 진입해 창평시장을 지나면서 길 오른쪽에 있는 창평파출소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돌담이 아름다운 삼지천 마을이 시작된다.

[글 / 사진 = 한은희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