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한용
새벽 세시에 천둥치는 소릴 듣고
잠에서 깨어 창 밖을 본다
검은 바다와 흰 바람이 불빛에 일렁인다
저기 어디쯤
그리워했던 것들 모두 사라지고
버려야 할 것들만 어스름에 선명해진다
어떻게 흘러 여기까지 왔나
새벽공기가 신선하게 침엽수를 흔들고
새들이 지난밤의 기억을 물어다 풀숲에 심으면
강에선 물고기들이 그 씨앗을 훔쳐 달아난다
내가 선 곳이 이렇게 아플 줄이야
아침이 터올 때까지 창에 서서
꿈을 벗어 걸어놓고 밖을 본다
"거기,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