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잠이 깨어 어둠을 응시한다.
몇시쯤 되었을까. 시계를 더듬어 보면 1시 40분,
스탠드를 켜고 습관처럼 휴대폰을 열고 습관처럼 노트북을 열어 페북 타임라인을 내려보다가 언제나처럼,
뭐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지금, 불현듯 자문한다.
자기 전에 읽었던 책을 펼치고 한참을 읽는다.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고 피로해진 눈을 힘주어 깜빡이다가 부스스 일어나 창밖을 보면 달도 없는 밤.
건너편 아파트에 불 켜진 방 하나 두울 세엣.
세상은 고요한가.
사람들은 잠들어 있는가.
다만 내 눈에 그리 보일 뿐,
여전히 그들은 깨어서 소란할 테지,
지구 반대편은 아직도 눈부실 텐데.
그리고 저 멀리 검은 하늘에서 반짝이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별빛들.
귀에 들리는 수많은 생명의 숨소리.
사랑하고 미워하고, 연민하다 증오하고,
서글프다 못해 분노하는 그 모든 생의 경험은 얼마나 애틋한가,
그 끝에 언제나 '나'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왜 사랑하는가,
나는 왜 연민하는가,
나는 왜 그립고 서글프며,
나는 왜 분노하고 절망하는가,
결국 자기로의 회귀,
나 자신과의 재회.
모든 경험과 감정에서 다다르는 그러한 '돌아봄' 없다면,
이 삶은 얼마나 쓸쓸한 것일까.
세상을 향해, 타인을 향해 언제나 팽팽하게 시위를 당기고 선 고슴도치들.
잠시 활을 내려놓길.
잠시 평온하길.
그리고 언제나 물어보길.
나는 왜 지금 사랑하는가.
나는 왜 지금 쓸쓸한 것인가.
나는 왜 지금 화가 나 있는가.
나는 왜 지금 분노하는가.
눈 뜨라고, 깨어나 살피라고,
그리고 사랑하라고. 고
슴도치일지언정 으스러지게,
껴안으라고, 당신을,
그를,
그녀를,
그렇게 나와 내 생을.
그리하여 아프게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김규나님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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