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바람처럼

사랑이여, 그대 아직 도 저승까지 가려면 멀었는가./ [Fantastic Duo] 판듀 스튜디오가 눈물 바다가 된 이유는?

장전 2018. 11. 16. 21:16




<오지 않는 꿈 >


초롱의 불빛도 제풀에 잦아들고

어둠이 처마 밑에 제물로 깃을 치는 밤,

머언 산 뻐꾹새 울음 속을 달려와

누군가 자꾸 내 이름을 부르고 있다.

 

문을 열고 내어다보면

천지는 아득한 흰 눈발로 가리워지고

보이는 건 흰눈이 흰눈으로 소리없이 오는 소리 뿐

한 마장 거리의 기원사(祈願寺) 가는 길도

산허리 중간쯤에서 빈 하늘을 감고 있다.

 

허공의 저 너머엔 무엇이 있는가.

행복한 사람들은 모두 다 풀뿌리같이

저마다 더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고

나는 꿈마저 오지 않는 폭설에 갇혀

빈 산이 우는 소리를 저 홀로 듣고 있다.

 

아마도 삶이 그러하리라.

은밀한 꿈들이 순금의 등불을 켜고

어느 쓸쓸한 벌판길을 지날 때마다

그것이 비록 빈 들에 놓여 상할지라도

내 육신의 허물과 부스러기와 청춘의 저 푸른 때가

어찌 그리 따뜻하고 눈물겹지 않았더냐.

사랑이여,

그대 아직도 저승까지 가려면 멀었는가.

제 아무리 밤이 깊어도 잠은 오지 아니하고 

제 아무리 잠이 깊어도 꿈은 아니 오는 밤,

그칠 새 없이 내리는 눈발은

부칠 곳 없는 한 사람의 꿈없는 꿈을 덮노라.


박정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