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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를 먼져 잃은 내 친구들, 강물처럼 누워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百年이라는 말 / 극적인 아름다움과 슬픔 - LukaSulic - Rachmaninov Vocalise

장전 2016. 8. 24. 09:35




요즈음들어 부쩍 집사람과 헤어저서

혼자 살아가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가 있습니다


그런날은

눈보라 치는 어두운 밤 영서당 후원에

소주병 껴않고 널부러져 있는 내 모습이 현실처럼

다가 오기도 합니다


나이 탓일까요


배우자를 먼저 잃은 내 친구들

어떻게 이 아픔을 견디어 냈을까요

어떻게 이 아픔을 견디어 내고 있을까요






[百年 / 문태준]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에 쌓인 베개들을 올려보았네
연지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놓은 百年이라는 글씨
저 百年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랑은 누구였을까


병이 오고, 끙끙 앓고, 붉은 알몸으로도 뜨겁게 껴안자던 百年
등을 대고 나란히 눕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 百年이라는 말
강물처럼 누워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百年이라는 말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하루를 울었네


그늘의 발달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07월

 






극적인 아름다움과 슬픔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첼리스트 루카 술릭(2Cellos)의 연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