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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의 1막은 그렇게 시작된다. / Sam Cooke Japanese Farewell Song 1960 (Ultra Rare)

장전 2015. 12. 3. 18:37

 

 

 

 

 

 

 

막이 오르자 저녁 무렵 한 그루 나무가 서 있는 시골 오솔길.

에스트라공이 자신의 신발을 힘겹게 벗으려고 애쓰고 있을 무렵, 블라디미르가 등장한다.

별 의미 없는 듯 보이는 대화가 두 사람 사이에 오간다.

불현듯 두 사람은 어떤 고도와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음을 기억해낸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의 1막은 그렇게 시작된다.

작품 속에서 "고도를 기다린다"는 표현은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고도'가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에 대해선 끝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아니, 아예 사람들로 하여금 과연 '고도'가 누구인지, 무엇인지에 대해 호기심을 끌 만한 이야기도 전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고도를 기다리며"가 발표된 뒤 현재에 이르기 까지

'고도'의 의미를 묻고 있으며 심지어 작가 베케트에게 직접 대놓고 '고도'가 누구인지,

무엇인지에 대해 답해달라고 따져묻기도 했다.

 

그러나 베케트는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만약 베케트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고도'에 대해 혹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도'에 대해 한 마디라도 했다면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거의 완전히 소멸되고 말았을 것이다.

 

베케트가 그것을 모를리 없었고,

그는 침묵함으로써 작품을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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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우리의 일생도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