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

Prelude東邪西毒/Tedium of journey

장전 2014. 9. 11. 12:38

poster #1 

 

 

 

 

 

동사서독/ 오정국

 

 

 

사막에는 되돌아 나오는 길이 없었다

비가 내려도 하늘이 밝았다

무사는 밤에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무림에 두고 온 그의 여자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무사는 사막에 여인숙을 차려놓고 평생 그렇게 혼자 살았다

사막의 빛이 너무 밝아 눈이 멀어가는 떠돌이 검객이 있었다

 

무사는 여자를 잊기 위해 사막으로 갔다

그의 길은 사막에서 숲으로 열렸다 닫혔다 했다

구릉 너머 마적 떼가 쳐들어오고, 떠돌이 검객은 멀어가는 눈으로

수백 명의 마적을 물리치고 또 물리쳤다

 

저수지는 고요했다. 개들조차 오지 않았다

저수지엔 꽃이 피지 않았다

아내의 불륜을 용서 못해 고향을 떠난 떠돌이 검객은

칼을 맞아 죽어가면서 고향의 복사꽃을 그리워했다

 


- 시집 ‘모래무덤(1997, 세계사) 중에서 -

 

 

 


Tedium of jour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