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삶과 죽음은 공존하며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순서에 불과한 것일까? 요즈음 들어 부쩍 문상가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는데 자식을 앞세운 친구 자식의 문상은 꺼림칙하기 말할 수 없었다.
문상을 가 구석진 자리에 앉아 술한잔 하다가 울컥하고야 만다. 피끓는 청춘은 지고 말았는데 상 한가득 허기진 젊음이 보여 또 울컥한다.
뜨거운 소주 한잔과 안주거리가 입안에서 흩어지고, 채 씹지도 못하고 삼키지만 뱃속에서 한참동안 뜨겁다.
꽃잎이 떨어지는 건 바람의 심술 때문이 아니다. 져야 할 때를 알고 지는게 꽃의 숙명이니, 바람은 꽃이 혼자 떨어지는 수고를 덜어주었을 뿐이다
피어날 때를 기다려 꽃망울을 터뜨리고 질 때를 가늠해 지는 꽃이니 어찌 그걸 바람 탓으로 돌리랴...
바람은 불어야 할 때 불고 잠잠해야 할 때 잠잠하다. 세상 만물은 천지의 시각과 그 본성으로 움직인다. 그게 자연의 순리다.
물과 같이 흐르는 순리는 어디 한 군데 빠뜨리는 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더라고 했던 시인의 마음에 공감이 간다.
그래도 살아남은 사람은 남아 있는 날들을 위해 지난날의 슬픈 눈물은 잊어야만 한다.
[ERNA BERGER / SOLVEIGS SO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