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도 너무 나이가 든 나무들은 수줍음이 없어져서
굵직 굵직한 나무가지위에 온통 하얗게 뒤덮이도록 꽃을 피워놓고
쳐다보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헤픈 웃음을 막 던져준다.
아무 손님이나 오면 방긋방긋 웃으면서
화사한 한복자락 휙휙 휘감으며 달려가
간장독만한 엉덩이를 손님 옆자리에 마구마구 들이밀던
그 옛날 중앙청앞에 설매다방 마담처럼 슬프게 아름답다
<迎瑞堂의 봄>
거기에 비하면
내 고향 영서당에 있는 목련들은 아직 어리다.
해마다 때가되면 꽃은 피우지만
아직 가녀린 가지들 사이로 듬성듬성 몇 송이 피워놓고는
부끄러워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
흰 목련 다섯그루에 사이에
자주색 목련 한그루가 있는데
이 목련의 이름은 자월(紫月) 이다.
<보라빛 달> 이라는 이 멋진 이름은 식물도감에는 없고
그냥 내가 붙여준 이름이다.
내가 지나가다가 쳐다보면 수줍게 방긋 웃어주는것이
이름이 마음에 드는것 같아 다행이다.
흰 목련 다섯그루도 이름을 붙여 주었는데
침어(沈魚)
낙안(落雁)
폐월(閉月)
수화(羞花)
후작(後作) 이다.
예로부터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인을 표현할때
침어낙안폐월수화(沈魚落雁閉月羞花)라 하였으니
김태희나 송혜교같은 절세의 미녀가
연못가를 지나가면 물고기가 기가죽어 물속으로 숨고
들판을 지나가면 하늘을 날던 기러기가 놀라서 떨어지고
달밤에 지나가면 달이 창피하여 빛을 닫아버리고
꽃밭을 지나가면 꽃들이 자신들이 아름답다 자랑하던것을 부끄러워한다
이런 뜻으로 하나씩 이름 붙여주고나니 한그루가 남아있어
붙여줄 이름이 없어 나중에 붙여주겠다고 <후작後作>이라 해놓았으니
<후작後作>은 어디까지나 임시 이름이고
유식하게 말하면 <Temporary Name>이다.
Cinema Paradiso... the song
<봄날다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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