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바람처럼

김민기

장전 2011. 3. 22. 04:29

김민기

2011년3월21일 오전 7시12분모두조회수 1 0


게재 일자 : 2011-03-21 14:00
 
김종호 논설위원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의 이장희, ‘하얀 손수건’의 튄 폴리오(송창식·윤형주), ‘비’의 김세환, ‘작은 새’의 어니언스(이수영·임창제) , ‘이름 모를 소녀’의 김정호, ‘아침이슬’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양희은…. 1970년대에 대학 시절을 보낸 세대는 장년에 이르렀거나 노년에 다가가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그 제목이나 이름만 들어도 감성의 물결이 일렁이게 마련이다. 꿈과 낭만이 넘치던 당시를 아련하게 떠올리게도 하고, 고단하고 짜증나는 현재를 위로해주기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근 ‘세시봉 신드롬’이 문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배경도 마찬가지다. 서울 무교동의 음악감상실 세시봉 무대에서 활동하며 통기타·생맥주·청바지로 상징되던 청년문화를 대변하던 걸출한 가수들의 감성적인 노래가 예나 지금이나 가슴 속에 강이 되어 흐르는 것이다. ‘세시봉 세대’에게만 그런 게 아니다. 나지막한 음성으로 청춘의 순수와 사랑과 고뇌를 표현하고, 사회 현실과 시대 상황에 대한 분노와 짜증을 다독이며 위로해주는 노래는 세대를 뛰어넘어 감동을 준다.

역시 세시봉 세대인 김민기의 노래도 그렇다. 무대에서 노래하지 않은 지 오래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찾는다. 삶의 위안과 활력소라면서. 자신이 작사·작곡·노래해 1971년에 내놓은 제1집 앨범 속의 ‘아하 누가 그렇게’도 그 중에 하나다. 1·2·3절이 각각 이렇게 시작되는 노래다. ‘아하 누가 푸른 하늘을 보여주면 좋겠네/ 아하 누가 은하수도 보여주면 좋겠네.’ ‘아하 누가 나의 손을 잡아주면 좋겠네/ 아하 내가 너의 손을 잡았으면 좋겠네.’ ‘아하 내가 저 들판의 풀잎이면 좋겠네/ 아하 내가 시냇가의 돌멩이면 좋겠네.’

1991년에 김민기가 설립한 이래 세시봉과 유사역할을 해온 서울 동숭동의 소극장 학전에서 15일로 창단 20년을 맞은 극단 학전의 기념 공연이 20일 막을 내린 데 이어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5-길은 다시 같은 봉우리로’ 무대가 22∼30일 마련된다. 조영남·강근식·조원익·이장희·김세환·양희은이 나오는 마지막 날의 관람권은 이미 매진이어서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세시봉 친구들’의 노래가 여전하고, 김민기의 ‘학전 친구들’이 또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 되고 있다는 사실만 해도 위안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