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나를 스마트하게 만들어주진 않는다
[이훈범의 세상사 편력]
- 2011-01-08 11:36:30
스마트세대란 디지털기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N세대’의 특징에 ‘모바일’이라는 날개를 달아 더 ‘빠르고 똑똑해진’ 세대를 일컫는다지요. 요즘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이들인데 문제는 대부분 썩 스마트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빠를진 몰라도 똑똑해지진 않았거든요. 오히려 바보 같아 보인다는 게 솔직한 느낌입니다. 말 나온 김에 옛날 바보 얘기 하나 할까요.
“남산 아래 한 어리석은 사람이 살았는데, 말도 어눌하고 성격도 졸렬해 급한 일을 알지 못했다. 오직 책 보는 걸 즐거움 삼아 추위나 더위, 배고픔을 알지 못했다. 그의 방은 작았지만 동쪽과 남쪽, 서쪽에 창이 있어 해를 따라 움직여 가며 밝은 데서 책을 읽었다. 처음 보는 책을 보면 문득 기뻐서 웃으니, 집안 사람들은 그가 웃으면 기서(奇書)를 구한 걸 알았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가 스스로 평한 자신입니다. 그는 남들이 ‘간서치(看書痴·책만 보는 바보)’라 놀리는 걸 오히려 기뻐했다지요. 서얼 출신이라 벼슬길도 막히고 집도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오직 책에 미쳐 살았습니다. 그의 시문집 『아정유고(雅亭遺稿)』에는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글을 읽다 밤이면 추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므로 『논어』 한 질은 바람이 드는 곳에 쌓아놓고 『한서』를 나란히 잇대 이불로 덮으니 친구들이 ‘누가 형암(炯庵·이덕무의 호)을 가난하다 하랴’며 놀렸다. ‘논어 병풍과 한서 이불을 비단 장막과 비취 이불이 당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다 보니 아무리 귀한 책이라도 이덕무가 빌려 달라면 거절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지요. “그의 눈을 거치지 않은 책이 어찌 책 구실을 하랴”면서 좋은 책이 있으면 먼저 보내주기까지 했답니다. 하지만 그러면 뭐 합니까. 당장 끼니도 때우지 못할 처지에 책만 붙들고 있어서 어쩌겠어요. 결국 아끼던 책을 저당 잡혀 식구들의 굶주린 배를 채우기도 합니다. 그러고는 가슴이 아파 친구에게 편지를 씁니다. “여보게, 오늘은 맹자가 밥을 지어주네그려.”
바보 같지요? 하지만 제 눈엔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세대가 더 바보 같아 보입니다
|
'별처럼 바람처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를 어쩌니....?/하차투리안 / 모음곡 '가면 무도회' 中 Romance (0) | 2011.01.10 |
---|---|
어느 노인의 유언장/하차투리안 / 모음곡 '가면 무도회' 中 Romance (0) | 2011.01.09 |
이어령교수의 주례사 /Morning* Kenny G (0) | 2011.01.06 |
토마스 레인 크로우의 사람은 언제쯤 다시 숲으로 돌아갈까 !/Evening Bell (0) | 2011.01.04 |
죽음 직전의 장면들/레스피기 변주곡풍의 아다지오 (0) | 2011.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