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바람처럼

종이배 사랑 / 도종환

장전 2010. 10. 6. 15:20

 

 

 

 

 

_Think_Different__by_Psychosomaticc.jpg


 

 

 

 

 

봄날다방님의 편지

 

 

지도속을 돌아다녀도 만날사람은 다 만난다.

현실에서는 만나기 싫은 사람은

좀 피해다니면 되지만

지도속에서는 미운놈을 더 자주 만나진다.

 

 

 

한장의 평면지도속에서 10년전으로 갔다가 3년전으로 갔다가 5년전으로갔다가

종잡을수없이 돌아다니건만

 

 미운놈은

어떻게알고 내 가는곳마다 얼굴을 내밀고

 

 

한번 다시 만나봤으면 싶은 애틋한 얼굴들은

 어디에 꼭꼭 숨었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종이배 사랑 / 도종환


내 너 있는 쪽으로 흘려보내는 저녁 강물빛과
네가 나를 향해 던지는 물결소리 위에
우리 사랑은 두 척의 흔들리는 종이배 같아서
무사히 무사히 이 물길 건널지 알수 없지만

아직도 우리가 굽이 잦은 계곡물과
물살 급한 여울목을 더 건너야 하는 나이여서
지금 어깨를 마주 대고 흐르는 이 잔잔한 보폭으로
넓고 먼 한 생의 바다에 이를지 알 수 없지만

이 흐름 속에 몸을 쉴 모래톱 하나
우리 영혼의 젖어 있는 구석구석을 햇볕에 꺼내 말리며
머물렀다 갈 익명의 작은 섬 하나 만나지 못해

이 물결 위에 손가락으로 써두었던 말 노래에 실려
기우뚱거리며 뱃전을 두드리곤 하던 물소리 섞인 그 말
밀려오는 세월의 발길에 지워진다 해도
잊지 말아다오 내가 쓴 그 글씨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었음을

내 너와 함께 하는 시간보다
그물을 들고 먼 바다로 나가는 시간과
뱃전에 진흙을 묻힌 채 낮선 섬의
감탕밭에 묶여 있는 시간이 더 많아도

내 네게 준 사랑의 말보다 풀잎 사이를 떠다니는 말
벌레들이 시새워 우는 소리 더 많이 듣고 살아야 한다 해도
잊지 말아다오 지금 내가 한 이 말이
네게 준 내 마음의 전부였음을

바람결에 종이배 실려 보냈다 되돌아오기를 수십 번
살아 있는 동안 끝내 이 한마디 네 몸 깊은 곳에
닻을 내리지 못한다 해도 내 이 세상 떠난 뒤에 너 남거든
기억해다오 내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