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8·15경축사,
국정의제 先後 잘못 짚고 있다
기사 게재 일자 : 2010-08-16 13:48 |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의 후반기를 앞두고 15일 광복절 제65주년 경축사를 통해 제시한 국정의 핵심 의제는 선·후(先後)부터 잘못 짚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존립과 직결되는 화급한 의제를 외면하다시피 하면서 느닷없이 통일세(稅) 논의를 제기한 것부터 화두 자체는 물론 시의 또한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이날 8·15 경축사에서 통일세 논의 요청과 함께 강조한 ‘공정한 사회’ 역시 공허하게 들리긴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이 “통일은 반드시 온다.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각계에서의 논의를 요청한 것부터 그렇다. 이는 크게 5가지 측면에서 현 단계의 대통령 화두일 수 없다.
첫째, 현 시점의 남북관계에 있어서 가장 화급한 일은 안보 태세와 안보 역량의 강화다. 통일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당위는 한가로운 미래의 현안인 것이 대한민국 안보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통일세 논의 제기는 부적절할 뿐 아니라 국군통수권자로서도 미더울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은 3·26 천안함 폭침에 대해 시인조차 하지 않으면서 적반하장(賊反荷杖)의 협박을 반복하고, 심지어 재도발까지 자행하고 있다. 북한군이 해안포를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해역에 발사한 것이 이 대통령의 8·15 경축사 6일 전인 9일이다. 북한은 그 직후일인 10일에도 천안함 폭침에 대응하는 대한민국 육·해·공군의 방어적 훈련을 “북침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댕기기 위한 군사적 침공” 운운하면서 “진짜 전쟁의 맛을 똑똑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도발 협박 수위를 더 높이기까지 했다. 천안함 피습·침몰 과정에서 드러난 수많은 안보태세 허점들이 개선·보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안포 도발에 군이 상응하는 대응을 못한 것은 물론 탄착지점에 대한 은폐·왜곡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어 국민의 안보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가 2015년 12월1일로 연기되기는 했으나 한반도 주변환경의 급변, 소요 비용, 국방기술의 이전 등을 고려하면 준비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고, 결국 전환을 또 재고해야 할 개연성도 없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둘째, 지금은 천안함 폭침과 핵개발 등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응징과 압박에 집중해야 할 시점임에도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에 대해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불행한 일”정도로 언급하고 넘어감으로써 북한에 대해 잘못된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셋째, 통일세 문제는 국민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서 학계나 민간연구소와 공공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접근할 문제이지 대통령의 깜짝 제안에 따라 논의될 문제가 아니다. 통일세가 국민의 부담을 미리 적립하는 취지라고 하지만 본질은 북한과 북한주민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북 정서가 극도로 악화된 시점에 이를 내놓은 배경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넷째, 대북 정책의 요체인 투명성 측면에서도 명쾌하지 않다. 이 대통령의 경축사 기조에서 안보강화 부분이 사실상 제외된 데 이어, 노동부 장관 시절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에 나서기도 했던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경축사 브리핑 자리에서 “남북관계는 공개되는 내용으로 접하는 것보다 대단히 역사성을 띠고 있고 민감한 것이 많다”는 등의 발언을 함으로써 비밀접촉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섯째, 통일세는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도 논의할 때가 아니다. 그러잖아도 국가 재정이 튼튼해야 안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이다. 국방을 더 다지기 위한 재정 수요 또한 만만찮은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야말로 대한민국 선진화의 윤리적 실천적 인프라”라면서 “모든 영역에서 공정한 사회라는 원칙이 확고히 준수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정한 사회는 친서민 포퓰리즘이나 대기업·중소기업 이분법에 따른 대기업 옥죄기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정한 사회의 기본은 법치주의 확립인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8·15 특별사면은 법치를 무색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가 잘못된 토대에서 출발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국정 의제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하기 바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