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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왜 충돌하나

장전 2009. 1. 8. 09:03
 
 
하마스 "국경봉쇄 풀어라"… 이스라엘 "로켓공격 중단하라"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왜 충돌하나

이스라엘, "100만명이 로켓위협에 노출, 自衛차원의 전쟁"
하마스, 피폐한 경제로 민심 흔들리자 강경 전략 선택
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의 강경 이슬람 무장 정파) 모두에 이번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창설 이념 자체가 '이스라엘 파괴'인 하마스에 작년 6월부터 6개월간 유효했던 휴전은 '파괴의 유예'를 의미할 뿐이었다. 이스라엘도 자국을 향해 시도 때도 없이 로켓포를 날리는 '테러 집단'을 방치할 이유가 없었다.

하마스가 뒤바꾼 중동 정세

하마스의 등장 전까지 팔레스타인을 대표한 세력은 야세르 아라파트(Arafat·1929~2004) 전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 의장이 이끌어온 파타(Fatah)였다. 파타 주도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1994년 이스라엘로부터 요르단강 서안지구(West Bank)와 가자지구(Gaza Strip)에 대한 자치를 인정받았고, 장차 완전 독립을 위한 협상도 이스라엘과 벌였다.

하지만 강경 이슬람 원리와 적극적 대민(對民) 활동을 내세워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마음을 얻은 하마스(Hamas)가 2006년 2월 총선에서 파타를 누르고 집권당이 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하마스와 파타의 주도권 다툼은 결국 2007년 내전으로 번졌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은 파타가 장악한 요르단강 서안과 하마스가 차지한 가자로 양분됐다.
▲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7일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된 가자지구의 라파 난민캠프 길거리를 울면서 걷고 있다. 12일간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에선 680여명이 죽고 3000명 가까운 사람이 다쳤다. AP뉴시스
이스라엘은 이때부터 요르단강 서안엔 각종 지원을 한 반면 가자엔 국경은 물론 해상까지 봉쇄해 생활용품과 연료, 물과 전기 공급까지 제한하는 '하마스 고사(枯死)작전'을 폈다. 이에 반발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를 쏘며 전운이 감돌았지만 작년 6월 19일 이집트의 중재로 양측이 6개월간의 휴전에 합의하면서 정면 충돌 위기는 넘겼다.

하마스는 왜 도발했나

하지만 지난달 19일 휴전이 만료되자마자 하마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스라엘을 향해 무차별 로켓포 공격을 시작했다. 휴전 조건에 하마스가 로켓 공격을 자제하는 대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푼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이스라엘이 이행을 거부했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봉쇄로 큰 타격을 입었다. 가자지구의 경제는 붕괴됐고, 생활이 비참해진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이스라엘보다 하마스에 묻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따라서 휴전 연장을 거부한 하마스의 도발은 찢어진 민심을 모으는 '내부 결속용'인 측면이 있다. 하마스는 이번에 어떻게 해서든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 중단을 명문화한 휴전 협정을 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왜 응전했나

이스라엘은 하마스 로켓 공격에 대한 자위적 차원에서 전쟁에 돌입했다. 과거 사정거리가 10~20㎞에 불과하던 하마스의 로켓탄이 이번엔 30㎞ 넘게 날아와 수도 텔아비브 턱 밑인 아슈도드까지 타격한 건 분명한 안보 위기였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인구 700만명 중 약 100만명이 하마스의 로켓 공격 위협 아래 놓였다고 웹사이트에 밝혀 놓았다. 개전(開戰) 이후 지난 4일까지 9일간에만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로켓포 343발, 박격포 137발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이 전쟁을 택한 까닭엔 정치적 배경도 있다. 집권 카디마당이 2월로 다가온 총선 승리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유권자들의 확실한 지지를 얻고자 한 것이다. 현재 카디마당은 2006년 레바논전 패전 책임을 진 에후드 올메르트(Olmert) 총리가 사퇴를 선언한 뒤 당권을 물려받은 치피 리브니(Livni) 외무장관의 불안한 리더십 아래 있다. 자칫하면 강경 주전론자인 베냐민 네타냐후(Netanyahu) 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에 정권이 넘어갈 판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민초(民草)의 삶에 깊숙이 뿌리내린 하마스를 궤멸하는 것이 어려운 줄 알고 있다. 또 이스라엘 병사들과 민간인 희생이 큰 시가전을 통해 1만5000여명의 하마스 전투요원들을 모두 제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43명의 사망자를 낸 6일 유엔학교 포격과 같은 일이 재발하면 이스라엘로선 더 이상 전쟁을 계속할 엄두를 낼 수 없다.

따라서 조만간 양측은 제3국의 중재로 휴전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입력 : 2009.01.08 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