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스크랩] 아! 조선일보 기사 - "대역범인 이봉창… 천황폐하 무사환궁"

장전 2006. 4. 7. 20:31

 

"대역범인 이봉창… 천황폐하 무사환궁"

조선일보 ·일본신문 기사는 닮은꼴…“오죽했으면 헷갈렸을까”

 

최근 한 한국인이 중국 상해에 있는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했다. 청사를 둘러보던 그는 ‘이봉창 의거’란 제목으로 전시된 게시물 앞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1932년 1월 8일 직후와 8개월 후에 발행됐던 두 신문의 보도 기사가 눈길을 끌었던 것. 두 기사의 복사본 밑에는 각각 “이봉창 의거를 보도한 조선일보(1932.1)”와 “이봉창 의사 사형 집행을 보도한 일본 오사카마이니찌신문(大阪每日新聞) 호외(1932.9.30)”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던 그는 큰 활자로 박혀 있는 두 기사의 제목에 똑같은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먼저 오사카마이니찌신문의 제목은 “大逆犯人 李奉昌に 死刑の宣告下る/ 刑法七十三條を 適用す/ 特別裁判の判決(대역범인 이봉창에게 사형선고 내린다/ 형법73조를 적용한다/ 특별재판 판결에서)”라고 되어 있었다(오른쪽 신문기사). 다음은 조선일보라면서 전시된 신문의 기사 제목이다(왼쪽 신문기사).

 

이봉창 의사                         상해임시정부 청사에 걸려있는 일제시대 당시 신문기사

 


“聖上 還 御 鹵簿 向하야 手投彈을 突然 投擲/ 犯人은 現場에서 卽刻 捕縛/ 陛下는 御 無事 還幸/ 皇國의 光榮과 國民의 榮譽를 損傷함은 遺憾의 極致(성상이 돌아오던 귀한 노부를 향해 수류탄 돌연 투척/ 범인은 현장에서 즉각 체포해 결박/ 폐하는 무사히 환궁/ 황국의 광영과 국민의 영예를 손상한 것이 매우 유감).”

 

이른바 조선과 일본의 신문이 똑같이 이봉창 의사를 ‘범인(犯人)’으로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여기서 노부(鹵簿)란 황실의 마차 등 궁중행사 때 사용하는 각종 물품, 일꾼, 방식 등을 극존칭으로 일컫는 말이다. 1932년 1월 8일 일왕 히로히토가 만주국 황제 부의(溥儀)와 도쿄 교외 요요기 연병장에서 관병식 행사를 마치고 이봉창 의사가 폭탄을 투척한 사쿠라다몬(櫻田門) 앞까지 타고 왔던 마차를 그렇게 높여 부른 것이다.  

 

그런데 이 사진을 넘겨받은 본지 기자가 1932년 당시의 신문 원본을 일일이 확인해 대조해본 결과 위의 신문은 조선일보가 아니라 매일신보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실제로 조선일보 1932년 1월 10일자 기사의 제목은 “天皇陛下 還幸 途中 鹵簿에 爆彈 投擲/ 八日 午前 東京 警視廳 前에서/ 御 料車 別無 異狀/ 犯人은 京城 出生 李奉昌/ 現場에서 卽刻 逮捕(천황폐하가 환궁하던 도중 노부에 폭탄이 투척됐다/ 8일 오전 동경 경시청 앞에서/ 마차는 별 이상이 없었다/ 범인은 경성 출생 이봉창/ 현장에서 즉각 체포)”였다(사진 ). 서울 출신 범인(犯人) 이봉창의 폭탄 테러에도 불구하고 천황폐하는 천만다행히도 무사했다는 보도였다.

 

확인 결과 동아일보 기사 제목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맨 앞에 “大不敬 事件 突發(엄청난 불경 사건이 갑자기 발생)”이라고 적혀 있었다. 조선일보만이 다른 신문들과 달리 의거 장소를 경시청 앞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힌 것도 눈길을 끈다. 놀랍게도 민족지를 자처해온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기사들과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의 그것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매일신보 보도기사보다 한술 더 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해임시정부 청사에 ‘이봉창 의거’와 관련된 당시 보도 기사를 전시하면서 오해를 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부끄럽게도 이 사건을 항일의거로 제대로 보도한 것은 우리 신문이 아니라 외신이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따라서 1977년 일월서각에서 발행된 <일제하 민족언론사론>에 기술된 다음과 같은 내용은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만든다. “이 사건은 중국의 보도기관에서도 다투어 특종 뉴스로 보도하였는데, 상해의 국민신보는 호외 표제를 ‘韓人 李奉昌 狙擊 日皇 不幸不中(한국인 이봉창이 저격했으나 일왕은 불행히도 죽지 않았다)’이라고 대서특필하여 일본 거류민단으로부터 ‘불행불중’ 문귀가 불경하다 하여 신문사가 습격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정지환 기자/시민의신문


출처 : 살맛 나는 세상이야기들...
글쓴이 : 크레믈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