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바람처럼

고향 영서당 뜨락에 앉아 대나무 숲을 바라 보며 오유지족(吾唯知足)을 생각합니다

장전 2023. 2. 26. 04:30
고향 영서당 뜨락에 앉아 대나무 숲을 바라다 보며 오유지족(吾唯知足)을 생각합니다
 
"나는 오직 족(足)함을 알 뿐이다."
1519년 서른네 살 김정국(金正國:1485~1541)은
기묘 사화로 선비들이 죽어나갈 때,동부승지의 자리에서 쫓겨나 시골집으로 낙향을 해 고향에 정자를 짓고 스스로 팔여거사(八餘居士)라 불렀다.
팔여(八餘)란 여덟 가지가 넉넉하다는 뜻인데, 녹봉도 끊긴 그가“팔여”라고 한 뜻을 몰라 친한 친구가 새 호의 뜻을 묻자, 은퇴한 젊은 정객은 웃으며 말했다.
"토란국과 보리밥을 넉넉하게 먹고, 따뜻한 온돌에서 잠을 넉넉하게 자고, 맑은 샘물을 넉넉하게 마시고, 서가에 가득한 책을 넉넉하게 보고, 봄꽃과 가을 달빛을 넉넉하게 감상하고, 새와 솔바람 소리를 넉넉하게 듣고,눈 속에 핀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 향기를넉넉하게 맡는다네.
한 가지 더, 이 일곱 가지를 넉넉하게 즐길 수 있기에
‘팔여’라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