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의 루르마랭(Lourmarin)
_소설 <이방인>과 함께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이방인>은 그렇게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뫼르소는 그 문장만큼이나 이례적인 인물. 당연히 독자는 그가 심상찮은 짓을 저지를 것이라 예감한다.
뫼르소는 어머니 장례식장인 양로원으로 갔다. 시신이 안치된 관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카페오레를 마셨다. 어머니의 죽음이 무덤덤하게 느껴졌고, 따라서 조금도 슬픈 표정을 짓지 않았다. 장례식 다음날엔 여자 친구와 코미디 영화를 보고 정사를 가졌다. 이게 죄가 될까?
얼마 뒤, 치정에 얽힌 이웃 친구와 놀다가 싸움에 휘말렸다. 한 아랍인의 칼날에 스친 강렬한 햇빛에 눈을 쏘인 뫼르소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처럼 '탕, 탕, 탕, 탕' 아랍인 몸에 총알 네 발을 박아 넣었다. 이것이 제1부의 마지막 장면이다.
[유리한 진술을 거부하다]
제2부는 뫼르소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전투의 기록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살인까지 저지른 그는 감옥에 갇히고서야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된다. 아주 진지하게!
뫼르소는 법정에 넘겨졌다. 총을 쏜 것은 정당방위였고, 죄를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신께 용서를 빈다고 말했어야 했다. 변호사는 그렇게 모범답안을 알려줬고, 법정은 당연히 그런 진술을 기대했으며, 판사는 관대한 판결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뫼르소는 얼마든지 풀려나올 수 있었다. 그도 판사도 피에 누아르(Pieds-Noirs), 즉 알제리에 사는 프랑스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말들이 튀어나왔다. 없는 이유라도 찾아서 자기변호를 해야 했건만 총을 쏘게 된 맥락을 설명하지도 않고 그저 햇빛에 눈이 부셔 방아쇠를 당겼다고, 그 이상한 충동을 마치 자기에게 고백하듯이 말했다. 버젓이, 있었던 사실만을 말한 것이다.
법정은 그에 대한 동정심을 거둬들였다. 더욱이 이 남자가 어머니 장례식장에서조차 조금도 슬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태는 더욱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이대로라면 사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자기 자신’ 그대로 남기로]
변호사는 궁지에서 벗어날 길을 알려준다. 그것은 법정이 원하는 대답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뫼르소가 볼 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그는 거짓 대신 진실을 선택했다. ‘진짜 자기 자신’ 그대로 남은 것이다.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슬퍼하지 않은 것도, 장례식을 치른 뒤 여자 친구와 코미디 영화를 보고 정사를 나눈 것도 모두 사실이라고 말한다. 독자들은 답답하기 짝이 없는 그의 진술에 애가 탄다. ‘저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
이제 그는 범죄적 심성의 소유자임이 확실해졌다. 사형이 선고되었다. 신부가 찾아와 하느님 앞에서 회개하라고 호소했다. 사형을 앞둔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그는 분노의 심정으로 신부를 꾸짖었다. “보세요, 저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신으로 허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진실을 말한 대가로 세상에서의 모든 기회를 잃어버렸다. 대신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홀가분해졌고,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느꼈다.
[죽음에서 해방되다]
사형을 눈앞에 둔 뫼르소는 어머니가 양로원에서 비록 보잘 것 없는 날들을 보냈지만 그 삶이 결코 가치 없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누구도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울 권리가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어머니뿐만 아니라 하찮아 보이는 그 누구의 삶도 영웅의 삶 못지않게 가치가 있으며, 자신의 삶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그것은 진실을 지킨 대가로 얻은 뫼르소의 정신 승리였다.
카뮈는 소설의 마지막에서 뫼르소가 진정한 승자였음을 못 박았다.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 이제 마지막 소원은 나의 처형일에 수많은 구경꾼들이 모여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주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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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가 삶의 마지막 시간들을 보낸 곳, 남프랑스 루르마랭으로 초대합니다.
+5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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