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동기 이사회 참석차
비 내리는 양재역을 지나며
친구들과의 만남을 잠시 미루고
가던 길 반대 방향으로 걷는다
우산을 접는다
무형의 것들이 어깨를 적시며 흘러내린다
문득
이것들은
빗물이 아니라
그리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 몸이 전률한다
"아 !
이 그리움이
길거리를 떠도는 음표가 되어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안녕, 이라고 말하고 있구나"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내 주위에 있는 것들에 작별과 위로를 보낸다
빗물이 눈물로 고인다
......
아서라 이 나이에 무슨....
생각을 거둔다
황급히 발걸음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