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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들어 유명을 달리한 3명의 친구들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 복면가왕 원더우먼 양파 - 바람이분다

장전 2016. 5. 3. 08:18




새벽에 문풍지 두드리는 소리에 참문을 열었습니다

옴몸으로 밀려드는 차가운 바람.

바람은 무슨 한이 그리 많아

 귀신 울음소리를 내며 휘감기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나무 밭 등성이의 소나무가 걱정이 됩니다

모자달린 겨울 외투를 뒤집어 쓰고 밖으로 나갑니다

요란한 굉음을 내며 내달리는 비바람속에서

대나무들은 비명을 지르며 떨고  있엇지만 소나무들은 굿굿히 버티고 있었습니다

안도하며 미소합니다

다가오는 태풍에도 잘 견뎌주기를 마음으로 소원합니다





흩뿌리는 비 바람속을 잠시 거닙니다

문득 폴 발래리의 묘비명이 생각이 납니다


"바람이 분다

또 살아아지"


암 살아야지요. 살아 남아야지요

입술을 지긋히 깨물며 다짐합니다. 눈가에 빗물이 고입니다



발래 모음곡 "펠래치아 산맥의 봄"은

바람따라 모든 풀꽃들과

신맥의 정령들이 일어나 함께 춤을 춥니다


금년들어 유명을 달리한 3명의 친구들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바람의 정령이되어 푸른 산맥을 넘고 있을까,

잠시 얼굴을 떠올립니다



아침 뉴스에 남부지방에 강풍 주의보가 발령되어 있엇더군요

신문을 안보고 지낸지도 어언 6개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오로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늘에 대고 고함지르고 삿대질을 하는 일 이외는..



집사람이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식탁에는 직접 구운 빵과 커피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시간은 오전 5시 45분



바람은 여전히 제 갈길을 가고 있고

나에게는 삶이 행복해지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