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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께서는 심수관 선생님과 저녁을 함께 하시며

장전 2015. 10. 8. 11:49

 

 

매화는 결코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不賣香).

매화를 예찬한 이 유명한 표현은 조선 중기의 문신 상촌(象村) 신흠의 수필집 <야언(野言)>에 나온다.

 

 “오동은 천년을 늙어도 가락을 품고 있고(桐千年老恒藏曲),

매화는 한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

달은 천 번을 이즈러져도 그대로이고(月到千虧餘本質),

버들은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柳經百別又新枝).”

 

매화는 선비정신의 표상이다.

추워도 지조를 잃지 않고,

가난해도 절개를 굽히지 않는다.

 만물이 추위에 떨어도 매화는 이에 굴하지 않고 꽃을 피워 가장 먼저 봄을 알린다.

 


바람 속에 매화향이 섞였다.

햇살 속에 매화 꽃잎이 녹아들었다.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리고 있지만, 매화는 아랑곳않고 섬진강을 따라 북상하며 세상에 봄을 알리고 있다.

 

 매화가 달려오는 저 길을 따라 곧 개나리, 진달래도 달려올 것이다.

올봄의 꽃소식은 평년보다 이틀 정도 이를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다.

 

 3월, 달력을 한 장 넘기니 찬바람은 여전해도 계절은 빛깔이 달라졌다.


 

 

 

 

전남 광양 다압면의 섬진강 매화마을에는 조지훈의 시비가 서있다.

 

“매화꽃 다 진 밤에/ 호젓이 달이 밝다/ 구부러진 가지 하나/ 영창에 비치나니/ 아리따운 사람을/ 멀리 보내고/ 빈 방에 내 홀로/ 눈을 감아라/

 

…보내고 그리는 정도/ 싫지 않다 하더라.”

 

 

 

 

수많은 시인 묵객들처럼 조지훈도 매화를 사랑했다.

 

‘지조론’을 쓴 그인지라 그의 ‘매화송’은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그리워도 기품을 잃지 않는 매화의 자태에서, 흔들어도 동하지 않는 선비의 자세가 오버랩된다.

 



조지훈은 ‘지조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한때의 적막을 받을지언정 만고에 처량한 이름이 되지 말라.”

 

잠시의 영화를 좇다가 두고두고 오명을 남기지 말라는 권고다.

 

 

 

꽃샘추위는 봄이 왔다는 신호다.

 

 

김태관 논설위원

 

 

 

 

 

금년이 부친께서 일본 가고시마에서 타계하신지 16주년이 되는 해이다

부친께서는 심수관 선생님과 저녁을 함께 하시며

백제와 한국의 잃어버린 역사에 대하여 이야기하시고 며칠 후에 타계하셨다

 

 

 

 

 

 

심수관 선생께서는 이 모두가 자기 죄라고 자책하시며

한국에서의 3일장을 내내 지켜보시고 고향 에서의 안장식과 영서당을 둘러보시고

일본으로 돌아가셨다

 

 

이로부터  수년 후 어머님과 우리 2남4녀 형제 모두가 답례차 가고시마의 심수관 도에를 찾앗다

 

 

 

 

 

 

 심수관 선생님 서실 앞에 梅花 2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한 그루는 白梅, 또 한 그루는 紅梅였다 

 

 

내가 심수관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은 언제부터를 봄이라고 하시는지요 ?  "

 

 

"내 書室 앞 梅花 2그루에서 각 3개의 꽃 몽우리가 開花하는 시점을

봄이다 라고 하네"

 

 

"봄이 되니 梅花가 피는 게 아니라, 梅花가 피니 봄인 것이다". 

그것도 白梅와 紅梅 두 그루에서

각 3개의 꽃 몽우리가 터지는 그 때

 

 

 

바로 봄이 열리는 그 때....

황홀한 우주가 열리는 바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