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

속닥새가 우는 걸 봉께 밤이 짚었구나 / 은은한 클래식 모음

장전 2014. 5. 24. 06:22

오래된 편지 / 이대흠

 

 

큰형은 싱가포르로 돈 벌러 가고
물레에는 고지서만 쌓였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하신 어머니는...

어깨너머로 겨우 한글을 깨쳤지만
혼자서 편지 쓰기에는 무리였다
보일러공인 큰형 덕분에 나는 중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고
어머니가 입으로 쓰시는 편지를
양면지에 옮기는 일을 하였는데
맞춤법도 없는 편지는 큰형을 곧잘 울리고

 

큰 악으야 여그도 이라고 더운디 노무 나라에서 얼매나 땀 흘림시롱 고상허냐? 니 덕분에 아그들 학비 꺽쩡은 읎다마는 이 애미가 니럴 볼 면이 읎따 늑 아부지도 잘 있고 아그들도 잘 있시닝께 암 꺽쩡 하들 말고 몸조리나 잘하그라 저번참 핀지에 내 물팍 아푸냐고 물었는디 내 몸땡이는 암상토 안항께 꺽쩡얼 허들 말어라

그럴 때면 나는
편지에 계절 인사가 있어야 한다고 우겨댔는데
그러면 어머니는,

속닥새가 우는 걸 봉께 밤이 짚었구나
샐팍에 있는 수국이 허뿍 펴부렀다
이러다가,

 

그 까튼 거 물라고 쓴다냐
기냥 몸이나 안 아픈지 으짠지 고것이 더 중하제
느그는 성이 짠하도 안하냐?
뙤약벹에서 내 자석이 피땀 흘려 번 돈을
호박씨 까묵대끼 톡톡 끼리고 있짱께 중치가 멕힐락 함마이잉
이참 월급도 다 써불고
느그 성 나오면 통장이나 한나 줘사 쓸 것인디
에미 애비 있능 것이 도와주지도 못함서


하면서 이내 눈물을 글썽이셨는데,

이쯤 되면 나는 어머니가 했던 말을 마음대로 버무려
편지를 썼는데,

 

큰 악으야 에미다 더운 디서 일하니라고 고상이 징상나게 많지야 여그도 이라고 더운디 너는 오죽하겄냐 근디 우째사 쓰꺼나 니 나오먼 통장 한나 둘라고 애끼고 애낀다마는 이참 월급도 아그들 납부금 내불고 농협 빚 조깐 쥐알려불고 낭께 읎어져부렀단마다 차말로 내가 에미제만 할 말이 읎따 더운 나라에서 피땀 흘리고 이쓸 너를 생각하면 중치가 멕히고 숨이 멕힐락 한다마는 우짜겄냐 벨 도리가 읎어분다 못짜리 할 때부텀 울던 속닥새가 또 운것을 본께로 밤이 이상 짚었는 모냥이다 니가 작년

 가슬에 싱게놓고 간 국화도 이상 커부렀다 깽벤 밭에는 감재랑 콩을 싱겠는디 아까 낮에는 아그들 데꼬 가서 밭을 맸다 날이 징상나게 더와서 아그들은 풀 조깐 매고 나서 뫼욕을 허드라 아그들 뫼욕한 거 보고 이씀서 암상토 안항께 니 몸 한나 건사 잘하길 바란다 펜지를 쓴다고는 쓰제마는 니 낫을 볼 면모기 읎어서 우짜꺼나 못난 에미가 무담시 우리 큰 악으만 고상시키고 있구나 니가 그라고 피땀 흘림서 돈을 한나도 모태고 못하고 우짤까 몰르겄다 아그들이 크먼 니 덕을 알랑가 몰겄다마는

이쯤 쓰고 있노라면 어머니 눈에는 눈물이 글썽이고, 나는 엄니가 불러준

 대로 고대로 써부렀네이 하고는 편지 말미에

 

큰성 나 대흠인디,

엄니 시방 울고 있소.

큰성 이약만 나오먼 눈물부텀 흘린당께. 모쪼록 몸 성히 잘 지내시고, 나올 때게 샤프펜슬 꼭 잊지 마씨요이잉.

하고 두어 마디 붙이곤 하였는데

 

 

 

 

 

 


모챠르트 -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뮤지크, 1악장 아레그로
비발디 - 사계중 봄, 1악장 알레그로
바흐 - G 선상의 아리아
파헬밸 - 케논

 

 

 

쇼팽 - 녹턴 9-2
드뷔시 - 달빛
리스트 - 사랑의 꿈
엘가 - 사랑의 인사

 

생상 - 동물들의 사육제 중 백조
구노 - 아베마리아

 

  

 


헨델 - 하프 협주곡, 1아간 안단테, 알레그로
타레가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그리그 - 페르 귄트 모음곡중 아침
차이코프스키 - 백조의 호수중 정경
요한 스트라우스 -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베토벤 - 교향곡 제5번 운명, 1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