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ㅡ어버이날에 / 장철문
아버지와 어머니의 집을 나선다
책과 책상을 꾸리고
... 옥상에서 내려온 장독 몇 개를 받아서
그 중에는 눈곱만큼 살림이 펴면서
헌옷만 입고 헌책만 보고
헌책상만 썼다고
눈물바람으로 사주신 책장과
옷가지도 있다
테이프로 봉해진 사과박스 속에는
아버지의 필사본 『동국사기』와
할아버지의 생계를 달았던 저울도 있다
어머니는 짐칸 난간을 붙들고
잘 살아라, 잘 살아라 하지만
당신은 곧 아들이 없는 방을 보게 될 것이다.
당신 곁을 떠나서 몇 년,
몇 번의 이사에도
서른세 해 하루도 이 집을 떠난 적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아버지가 물어나르고
어머니가 지은
한 채의 집인지도 모른다
내가 이렇게 미끄러져 가듯이
당신도 당신의 한채의 집을 떠나보내는 것이다.
'36.5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 사람의 행간 읽기. - 내 마음을 알고 다 해줘서 고마워요 / 랄로 & 생상스 - 첼로 협주곡 (0) | 2013.05.04 |
---|---|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 한 방울의 물이 영원히 마르지 않는 방법은 무었인가? / Ennio Morricone & Dulce Pontes - Your Love . 외 (0) | 2013.04.30 |
죽여야합니다.- 하나님에게만 맡겨서는 안됩니다 (0) | 2013.04.16 |
素夏...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놓아 보렴 / 포레 - Apres Un Reve (꿈을 꾼 후에) (0) | 2013.04.15 |
누가 시화전에 그림을 그려주실 분 안계실까요 ? - 서시, 모든 것은 스쳐가는 바람 ... 素夏 / 내가 부를 너의 이름 (0) | 2013.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