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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에 -할아버지의 생계를 달았던 저울도 있다 / 마음으로 하나 되어 만나는,..

장전 2013. 4. 27. 17:31

 

 

 

이사


ㅡ어버이날에 / 장철문



아버지와 어머니의 집을 나선다
책과 책상을 꾸리고
...
옥상에서 내려온 장독 몇 개를 받아서

그 중에는 눈곱만큼 살림이 펴면서
헌옷만 입고 헌책만 보고
헌책상만 썼다고
눈물바람으로 사주신 책장과
옷가지도 있다

테이프로 봉해진 사과박스 속에는
아버지의 필사본 『동국사기』와
할아버지의 생계를 달았던 저울도 있다

어머니는 짐칸 난간을 붙들고
잘 살아라, 잘 살아라 하지만
당신은 곧 아들이 없는 방을 보게 될 것이다.

당신 곁을 떠나서 몇 년,
몇 번의 이사에도
서른세 해 하루도 이 집을 떠난 적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아버지가 물어나르고
어머니가 지은
한 채의 집인지도 모른다

내가 이렇게 미끄러져 가듯이
당신도 당신의 한채의 집을 떠나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