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황금의 등불을 내다 건 은행나무 아래서 그 해의 가을비와 마주친 적 있습니다.
당신은 빗방울보다 깊고 달콤한 눈빛을 반짝이며 오래 된 정물처럼 멈춰 서 있었지요.
나는 겁먹은 소년처럼 도무지 한 마디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어떠한 말도 그 순간엔 빗소리보다 정직할 수 없을 거였습니다.
다만 내 안에서 일제히 소리치는 금관악기들의 탄성을 들었을 뿐입니다.
아, 다행이다.
거기쯤 있어 줘서 정말 다행이야....
그날 내린 비가 그 해의 첫 가을비였는지 마지막 가을비였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이 세상에 내리는 가을비를 다시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가을날은 그냥 내 상실의 나날들을 지나쳐갔고, 모든 비는 그냥 내 어두운 창에 내리다 그쳤을 뿐입니다.
기억나지 않는 것은 의미가 잘 생겨나 주지 않는 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가을비가 옵니다.
당신의 부재가 연못보다 환한데도 비가 옵니다.
우산을 쓰고 극장 앞에서 나는 오래 서 있는 우체통처럼 옛 일을 생각합니다.
돌아오지 않는 눈빛들과 위안의 말들을 생각합니다.
아직은 괜찮습니다.
아직은 참 괜찮습니다.
내 그리움에 귀 기울인 빗방울 하나 지금쯤 당신의 아득한 눈썹 위에 떨어질 것을 믿습니다. 총총.
-어느 전생에 쓴 편지 한 통-
당신은 빗방울보다 깊고 달콤한 눈빛을 반짝이며 오래 된 정물처럼 멈춰 서 있었지요.
나는 겁먹은 소년처럼 도무지 한 마디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어떠한 말도 그 순간엔 빗소리보다 정직할 수 없을 거였습니다.
다만 내 안에서 일제히 소리치는 금관악기들의 탄성을 들었을 뿐입니다.
아, 다행이다.
거기쯤 있어 줘서 정말 다행이야....
그날 내린 비가 그 해의 첫 가을비였는지 마지막 가을비였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이 세상에 내리는 가을비를 다시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가을날은 그냥 내 상실의 나날들을 지나쳐갔고, 모든 비는 그냥 내 어두운 창에 내리다 그쳤을 뿐입니다.
기억나지 않는 것은 의미가 잘 생겨나 주지 않는 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가을비가 옵니다.
당신의 부재가 연못보다 환한데도 비가 옵니다.
우산을 쓰고 극장 앞에서 나는 오래 서 있는 우체통처럼 옛 일을 생각합니다.
돌아오지 않는 눈빛들과 위안의 말들을 생각합니다.
아직은 괜찮습니다.
아직은 참 괜찮습니다.
내 그리움에 귀 기울인 빗방울 하나 지금쯤 당신의 아득한 눈썹 위에 떨어질 것을 믿습니다. 총총.
-어느 전생에 쓴 편지 한 통-
Wie Melodien zieht es mir
Text: Klaus GrothMusic: Johannes Brahms,
"Wie Melodien zieht es mir",
Op. 105 (Fünf Lieder) No. 1
Wie Melodien zieht es mir leise durch den Sinn
멜로디처럼 조용히 내 의식으로 들어온다
Wie Frühlingsblumen blüht es, und schwebt wie Duft dahin.
봄꽃처럼 피고 향기가 떠 있다.
Doch kommt das Wort und faßt es und führt es vor das Aug',
하지만 이것이 언어로 형용되어 눈앞에 다가오니
Doch kommt das Wort und faßt es und führt es vor das Aug',
하지만 이것이 언어로 형용되어 눈앞에 다가오니
Wie Nebelgrau erblaßt es und schwindet wie ein Hauch.
안개처럼 퇴색되고 입김처럼 사라진다
Und dennoch ruht im Reime verborgen wohl ein Duft,
그러나 향기는 숨어 잎사귀에 남아 있어
Und dennoch ruht im Reime verborgen wohl ein Duft,
그러나 향기는 숨어 잎사귀에 남아 있어
Den mild aus stillem Keime ein feuchtes Auge ruft.
젖은 눈이 느긋한 밑씨를 고요함에서 부르누나
1. Nicola Benedetti, Violin
2. Soprano, Elisabeth Schwarzkopf
3. Martin Hackleman, French Horn
4. A thought like music - Salt Lake Children's Choir
5. Friedrich Kleinhapl, Cello
6. Baritone, Robert H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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