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웃고 그리고 삐지기

빨래터

장전 2012. 2. 5. 17:51

 

 

빨래터

스님이 길을 가다가 빨래터에 닿았다.
때마침 어여쁜 아낙네가 엉덩이를 치켜 들고 빨래를 하는데
그 모습을 보자니 그만 욕정이 불같이 일었다.
휘휘 둘러보니 사람들이 없자 아낙네 가까이 다가가
숫자에 맞춰 시를 하나 지으며 수작을 걸었다.

일(一)임자가
이(二)임사로 가다가
삼(三)걸음에서
사족부녀(士族婦女)를 만났구나.
오시(五時)는 넘었다.
육환장(六環丈) 걸쳐 짚고
칠(七)바라 염주를 메고
팔자(八字)도 기박하다.
구(九)봐라
십(十) 좀 다오.”

빨래하던 아낙네가 듣자 하니 고약한 중이었다.
잠시 말문이 막힌 그녀가 화답 시를 던지는데 이러했다.

일녀(一女)로 태어나서
이부(二夫)를 섬길소냐,
삼족(三族)이 분명하다.
사족부녀(士族婦女)로서
오(五)망한 중놈이
육환장(六環丈)걸쳐 짚고
칠(七)바라 염주를 메고
팔도(八道)를 댕기면서
구(九)하는 것이
그래 겨우 십(十)이냐,
이 중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