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

우리는 쉬지 않고 아래위로 출렁거렸다.- 문학에 나타난 性 표현 / Paganini - Caprice no 5

장전 2012. 1. 13. 17:37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장편소설

   

김연수_밤은노래한다_책사진.jpg

 

 

 

모로 돌아누운 여옥이의 뒤에서 등뼈를 하나하나 혀로 핥아가자, 여옥이는 내 오른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내가 자기 등뼈의 생김새를 확인할 때마다 여옥이는 낮은 탄성을 내뱉었다.

 

낚시에 붙잡힌 물고기처럼, 여옥이는 가슴살이 빨갛게 홍조를 띨 정도로 가쁘게 숨을 몰아쉬다가 바다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줄 수 있느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물기로 축축한 여옥이의 검은 몸을 어루만지며 여름 땡볕을 받아 마른 돌들이 하얗게 타오르는 광경을 떠올려보라고 말했다.

 

 바다란 그 마른 돌들이 흐느껴 잠들면서 꾸는 꿈이라고 말했다.

 내 말에 여옥이가 몸을 뒤척이면서 우리는 서로 다른 지방에서 자랐기 때문에 서로의 말을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그런 말로는 바다를 떠올릴 수 없으니 물결 하나만 보여달라고 말했다.

 

한 줌의 달빛이면 보름의 밤을, 한 닢 꽃잎이면 봄날의 바람을 볼 수 있으니 어서어서 이랑이 긴 물결 하나를 보여달라고,

 나는 어둠 속에서 미끈거리는 여옥이의 몸 안으로 남해의 푸르른 물결 하나를 밀어 넣었다.

 

우리는 둘이서 함께 모든 맨몸의 물고기들을 따뜻하게 덮어주는,

세상에서 가장 큰 푸른색 이불이 됐다.

 

우리는 지치지 않고 서로 밀려왔다가 또 밀려갔으며,

우리는 쉬지 않고 아래위로 출렁거렸다.

내 안의 작은 물결로부터 파도 소리가 들려오더니 온 방 안으로 남해가 밀어닥쳤다.

 

 

 

김연수_이중섭의_통영앞바다.jpg

              이중섭의 1950년작 <통영 앞바다> 

 

 

 

 

 

 

 

 

 

 

Paganini 

 Caprice No. 5

Milstein, vio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