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바람처럼

담요 한 장 속에-권영상 /Westlife ~ Mandy

장전 2011. 5. 6. 08:30

 

 

 

담요 한 장 속에/ 권영상


담요 한 장 속에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누웠다.

한참 만에 아버지가 꿈쩍이며 뒤척이신다.

혼자 잠드는 게 미안해 나도 꼼지락 돌아눕는다.

밤이 깊어 가는데 아버지는 가만히 일어나

내 발을 덮어주시고 다시 조용히 누우신다.

그냥 누워 있는 게 뭣해 나는 다리를 오므렸다.

아버지 ―

하고 부르고 싶었다.

그 순간

자냐? 하는 아버지의 쉰 듯한 목소리

― 네.

나는 속으로만 대답했다.


- <우리나라 대표동시 100선> (지경사, 2010)

 

 

 

영화나 드라마에서 아버지와 아들 사이가 처음부터 순연치 않은 관계로 설정되어 전개되는 예를 종종 본다. 그저께 끝난 한 드라마에서도 그랬고 진행 중인 일일연속극도 그렇다. 시종 순탄치 않고 엉켜있다가 막판에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리가 된다. 그 경우 화해의 손을 먼저 내밀고 관계개선을 위해 애쓰는 쪽은 항상 아버지였으며, 아들은 원망과 분노를 쉬 내려놓지 못하다가 오랜 주저 뒤에야 아버지의 손을 잡는다.

 

 비록 아버지가 무능하고 가정을 지키지 못했다 하더라도 어느 시기에 가서는 아버지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너그러움이 생겨난다는 것인가. 어쩌면 그것은 내 아버지로서가 아니라 같은 남자로서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품이 생겼기에 가능한 노릇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요즘 시대의 젊은 ‘아빠’들과는 달리 우리가 통과한 시대에는 별 파란이 없는 평범한 아버지라 할지라도 소통이 쉽지 않았고 늘 어렵기만 했다. 내게도 아버지가 계셨으나 5분 이상 대화를 나눠 본 기억이 평생토록 단 한 번도 없다.

 

 시에서 그려진 아버지와 아들이 한 담요 속에 누워 아무 말 없이 서로 꼼지락거리며 나누는 무언의 대화가 정겹고 따습다. 가난을 배경으로 깐듯하지만 한밤중에 ‘내 발을 덮어주시는’ 아버지는 참으로 자애롭다. ‘자냐? 하는 아버지의 쉰 듯한 목소리’에는 진득한 사랑이 배어있고, 아버지의 대수로울 것 없는 몸짓과 음성이 바로 사랑이란 것을 어린 아들도 가슴으로 듬뿍 느끼고 있다. 진정 순연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이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이렇게 출발해서 이어지면 오죽이나 좋으련만 현실은 자주 그러지 못하다. 문제는 각자의 세계로 관심이 기울면서 벌어지는 대화 단절이고 소통의 부재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를 보면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아버지와 자주 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의 경우 대화를 자주하는 편이라고 응답한 학생이 절반 정도인데, 그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았다는 것이다.

 

 결국 자식이 공부 잘하기를 바란다면 자식과의 대화에 신경 쓰고 대화 분위기를 먼저 조성하라는 조언이다. 성적뿐 아니라 순탄한 부자지간을 위해서 특히 아들과의 대화는 절실하다. 필요하다면 담요 한 장 속에 함께 누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내겐 참으로 야속하고 덤덤하기만 했던 그 아버지가 요즘 많이 생각난다. 그리고 20여 년 전 임종도 지켜드리지 못한 불효의 손이지만 당신 손을 꼭 한번 잡아보고 싶다. 꿈속의 담요 속에서라도. 

 

  

詩하늘 통신  권순진

 

ACT4


 

Westlife ~ Mandy

http://blog.daum.net/act4k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