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바람처럼

현각이 한국을 떠난 까닭은?/우리는 전에 만난 적이 있어요..

장전 2010. 12. 11. 06:44

[Why][김윤덕의 사람人]

현각이 한국을 떠난 까닭은?

 

 

"명성 때문에 내 수행이 쇼가 됐다"


종교는 신앙 아닌 윤리로 가야…

 

석가모니는 불자가 아니었고

예수도 기독교인이 아니었다


종교는 인간이 만든 형태일 뿐 베푸는 마음 실천해야 참종교다

 

 

 

"길[道]은 걸어가야만 높은지 낮은지 비로소 알 수 있다.”

종교는 신앙이 아니라 윤리로,

그 보편적인 윤리의‘실천’으로 가야 참종교라고 강조하는 현각스님

 

 

 

현각이 돌연 한국을 떠났다.

2008년의 일이다. 명분은 '유럽 만행(萬行)'이었지만,

스님은 "스승이신 숭산스님이 입적(2004년)한 날부터 한국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폭풍(perfect storm)처럼 몰아닥친 명성"이었다.

 "수행이 아니라, 그야말로 '쇼'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지요."

 한국을 떠난 그는 유럽 만행을 거쳐 2009년 독일 뮌헨에 정착, '불이선원'이라는 선방을 개원했다.

 '만행' 책을 구할 수가 없더라.

"절판시켰다.

책 때문에 겪은 고통이 컸다.

 

 일반인, 심지어 도반들로부터도 돈 많이 벌었겠다는 질문이 나오더라.

책을 내니 '아침마당'에도 나가야 하고, 라디오도 나가야 하고 특강도 해야 하고.

 

 연예인도 아닌데 말이다.

나는 수행자로 살고 싶었다."

 

 

유명해지는 것은 나의 계획도, 야망도 아니었다.

그것은 폭풍처럼 찾아왔다.

나는 그 유명세를 다른 사람들을 돕는 최선의 방식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결국 명성은 또 다른 짐이자 고통이란 걸 알았다.

외로워지기 위해 유럽으로 갔다.

내가 거기에서 또다시 유명해진다면 나는 또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이다.

 

선불교의 위대한 스승인 경허 스님도 자신이 유명해지자 자취를 감추었다.

 몇년 뒤 그는 작은 시골 서당에서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고 있었다.

평상복에 긴 머리, 긴 수염을 하고서.

 

나도 언젠가 그런 모습으로 살게 되지 않을까 상상한다."

"선승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대회에서) 프랑스에서 온 패널 한 분이 대단한 말씀을 하셨다.

종교는 신앙이 아니라 윤리로 가야 한다는 것.

 

 

 

맞는 말이다.

우리는 종교를 버려야 한다.

 평화 대신 전쟁,

갈등과 환경만 파괴하는 종교는 이제 버려야 한다.

 

 

 2010년이 되었는데 인간이 여전히 종교에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스님 또한 불교에 몸담고 계시지 않나.

"이건 껍질일 뿐이다.

석가모니는 불자가 아니었다. 예수도 기독교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종교를 만들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개신교의 가르침은 많은 부분 예수 이후에 생긴 것들이다.

종교가 종교다워지려면 보편적 윤리, 사랑하고 베푸는 마음을 실천해야 한다."


신앙이 아니라 윤리로 가야 한다는 말은,

예수나 부처에 대한 신격화 혹은 숭배를 경계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종교는 인간이 만든 형태일 뿐이다.

종교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생활에서 실천해 나갈 때 참종교가 된다.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한 마지막 말씀은

 '나의 말을 믿지 마라, 내가 말했기 때문에 믿으면 안 된다'였다.

 

맹목적인 믿음은 종교의 독이다."

 

 

 

현각은

1964년 미국 뉴저지의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예일대학에서 철학과 문학을,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과 하버드 대학원에서 종교철학을 공부했다. 하버드대학원 재학 중 화계사 조실 숭산 대선사의 설법을 듣고 출가해 1992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미국의 한국 선불교 본부 격인 참선 전문사찰 홍법원의 주지를 지냈고, 숭산의 설법집 ‘선의 나침반(The Compass of Zen)’과 ‘세계일화(The Whole World is a Single Flower)’, ‘오직 모를 뿐(Only Don’t Know)’을 영어로 번역했다. 97년엔 출가 사연을 적은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출간해 대중에게 이름을 널리 알렸고, 2006년에는 서산대사의 ‘선가귀감’을 영어로 번역했다.

 

2009년부터 독일 뮌헨에 거주하며 ‘불이선원’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