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 김효근 작사,곡, sop.조미경 노래
조그만 산길에 흰눈이 곱게 쌓이면
내작은 발자욱을 영원히 남기고 싶소
내작은 마음이 하얗게 물들때까지
새하얀 산길을 헤매이고 싶소
외로운 겨울새 소리 멀리서 들려오면
내 공상에 파문이 일어 갈길을 잊어버리오
가슴에 새겨보리라 순결한 님의 목소리
바람결에 실려 오는가 흰눈되어 온다오
저멀리 숲사이로 내마음 달려가나
아 겨울새 보이지 않고 흰 여운만 남아있다오
눈감고 들어보리라 끝없는 님의 노래여
나 어느새 흰눈되어 산길을 걸어간다오
추억이 나를 견디게 한다
겨울바람은 차디찼다.
벙어리장갑을 껴도 손은 곱았고 발가락 끝도 시렸다.
골목에서 친구들이랑 눈사람을 만들며 놀던 유년의나는
시린 발을 동동거리다 더는 견디지 못하고 대문 안으로 뛰어들었다.
예상대로 아버지는 뒤꼍, 아궁이 앞에 앉아 계셨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르지 않은 청솔가지가 피워내는 연기는 제법매웠다.
눈물이 줄줄 흘렀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아버지는 청솔가지 대신 장작 몇 개를 들고 오셨다.
마른 장작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제 몸을 태웠다.
아버지는 고구마 서너 개를 아궁이 속에 묻었다.
나는 부지깽이로 불씨를 뒤적거렸다.
부지깽이 끝에 불이 붙었다.
그것은 내 얼굴처럼 발갛게 불타올랐다.
어느새 추위는 내 몸에서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곱은 손도, 시렸던 발끝도 잊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구마는 달았다.
“체할라.” 아버지는 물이 담긴 바가지를 내 입에 대 주셨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17년의 추억은 내 평생의 양식이 되어 주었다.
그 추억 덕택에 나는 마음을 곯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살아오면서 외롭고 고통스러운 순간과 맞닥뜨릴 때마다 행복했던 순간을 꺼내 씹었다.
아작아작 씹는 동안에 나는 내가 소중하다는 걸,
외롭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겨울 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앙상해서 다시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하지만 봄이 되면 나무는 기운차게 새순을 틔운다.
몸 속을 순환하는 수액과 영양분이 눈보라를 견디게 해준 것이다.
사람의 마음에도 허기를 채워줄 영양소가 필요하다.
그것은 돈이나 명예에서 얻을 수 없다.
추억이 많은 사람은 절대 제 몸을 함부로 포기하지 않는다.
.
추억은 마음의 양식과 같다.
타인의 눈에 하잘 것 없어 보이는 것이면 어떤가.
아버지가 내게 주신 것은 소박한 밥상이었다.
소박했지만 그 밥상엔 사랑이 있었다.
어른이 된 요즘도 나는 지치고 힘들 때면 가슴을 열고 그 사랑을 몰래 꺼내 먹는다.
임수진님|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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