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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밀려오는 저녁 어두움/겨울연가-素夏

장전 2010. 12. 10. 08:58

 

 

 

 

겨울연가 1

 

각인된 시린 발로 어둠을 짚어가는
세월 따라 흘러가는 겨울 이야기
저승에도 이승같이 밤 서리 내리고
침묵도 이런 때는 자유를 얻어
저녁이면 조용히 책갈피 덮다
 
가까이 다가오는 소릴 듣는다
보릿짚 한 가닥도 유난히 귀를 세워
정다운 목소리로 말을 거두고
연기 따라 흘러가는 마을 어귀에  

할머니는 계속해서 불을 지핀다 

 

 

 

  

 

 

 

 겨울연가 2

 

 

밤이 어느새 옷깃에 머물고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이 어둠을 흔든다

무상하여라 세월의 어두움

이런 어둠에는 메아리도 숨을 죽이고
산허리 돌아 등갈리 가는 길은
어둠도 불을 켜고 이승을 밝혀
사람들은 지금도 무풍에 젖어
바람 부는 데로 그렇게 흘러가서
이제는 한 가닥 음률을 이루었구나
사는 것도 때로는 모난 돌 같아
한 평생, 단 한 번의 땅을 갈아엎고
파놓은 구덩이에 사랑 심는다

 

 

 

 

 

 

 

겨울연가 3

 

또 하나의 어둠 속에
솟아나는 불씨
비록 그 불씨 하나로
세상을 구하지 못한다 해도
언제고 다시 찾을
한 줄기 바람
그 바람 눈가에 맺혀 이슬로 뜬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
인가의 불빛도 사그라지고
세모에는 풋내기도 귀가 먹는다

 

 

 

 

 

 

 

겨울연가 4

 

스미는 달무리에 대숲이 울렁이고
꽃 사과 붉은 열매하나 떨어져
無心 부른다
뜨는 높이만큼 산이 잠기고
잠긴 산이 반복하여 별빛도 흔들려
사람들은
스스로의 무게로 고개를 떨구어
이 겨울 이야기마저 모두 떠나면
이제 남은 건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뜨락에서
나 홀로 혼자서 무엇을 지키랴

 

 

 

 

 

 

 

겨울연가 5

 

끝없이 밀려오는 저녁 어두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벌판 길에
누이 야
가슴 아픈 이야길랑 모두 접고
한 자루 연민의 촛불을 켜라
그 촛불 타오르다 타오르다 지치면
나무도 풀도 겨울까지도
되돌아가는 네 뒷모습을 비추는
무풍의 세월이 되어야지
이때는 사람도 정물처럼 숨죽이고
바람도 겨울을 쓸고 지나가
가랑잎 틈새에 풀이 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