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天神)에 고함
황 도 제
삼가 아뢰옵니다.
지신(地神)에게 아뢰올 수도 없고, 대균(大均=조화옹)에게 고할 수도 없고하여, 독양(獨陽)의 하늘에 고두한 채 말씀 올릴 수밖에 없나이다.
천신께서 하늘의 운행이치를 인간이 실로 체험을 통하여 섭리로 받아들이게 주재하시고, 삶의 진리 또한 섭리에 순응케함으로써 조화와 상생의 도를 깨닫게 하셨나이다. 그러하온데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은 천신께서 자연의 이치를 파격하시니 우리 인간들은 그저 위구를 느낄 따름이옵니다.
어인 일이신지요, 천신님이시여
왜? 이리 더위를 일찍 불러오셨습니까. 인간의 잘못에 대한 응징이오니까? 있을 환란의 예시오니까? 잘못이 있다면 작은 일에 울고 웃고하는 소인들에게 있으오리까? 백성들 위에 군림하는 위정자들에게 있으오리까?
소인들 또한 재물과 욕정에 눈이 멀어 인륜을 망각한 채 미친듯 날뛰었으니 그 죄 하늘에 닿았으리라 사료되지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위선과 기만과 사기와 독선을 대소신려라고 외치며 전횡하는 당치않은 자들에게 더 노여움이 있었을 것이오니 정작 석고대죄할 무리들은 그들일 것이옵니다.
그러하오나 천신이시여! 그들 또한 우리들의 손으로 뽑아 백성들의 전도를 맡긴 자들이니 그들이 어리석다면 우리 백성들이 어리석음이요, 그들이 죄를 일삼는다면 우리 백성들이 합법적인 방조자가 되는 것이니 응징의 대상은 우리 모두인 것입니다. 그러하오니 어찌 그들을 원망하오리까? 그저 우둔한 소인들이 항상 남을 탓하며 원망하는 버릇이 있어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리하였나이다. 다 함께 죄인인 것을. 용서하소서.
천신이시여, 너무 덥나이다,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천신께옵서는 저희 인간들의 치유를 위한 환부를 도려내는 작업이라 말씀하오시지만 그 뜻을 알 길 없는 소인들은 그저 불볕더위, 가마솥더위라고만 얘기할 뿐, 달리 무엇을 알겠나이까?
청컨데, 노여움을 거두시고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저희 어리석은 백성들을 통촉하셔서 없이 사는 것만도 눈물겨운데 하루를 낙담케 마소서.
원하옵건데, 죄없는 백성 거두어주시고 뜨겁게 하시는 당신의 의미를 빨리 깨닫게 하시어 당신의 노여움을 풀게 하시고 천신께서 세우신 전범의 자리로 되돌리셔서 그 계절에 맞는 사철의 은택을 내려 주시옵소서.
너무 너무 더워서 천신께 헛소리를 하였나봅니다.
엎드려 머리를 들지 못하는 저에게 웃음 한번 지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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