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렀던 흔적들

도깨비처럼 뜽금없는 고사성어, 미생지신 尾生之信

장전 2010. 1. 20. 06:34

도깨비 와장, 경북대박물관 소장.

 

 

 

도깨비처럼 뜽금없는 고사성어,

 

미생지신 尾生之信

 

 

 

최근 정치권에 중국 고사나 우리 고대사에 나오는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공방을 벌이면서 고사나 역사를 인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세종시 문제에 느닷없이 미생이 등장한 이유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미생을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다고 해석하면서입니다. 즉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세종시 원안을 약속이라는 이유로 고수하는 것은 약속 때문에 목숨을 버린 미생처럼 융통성 없는 행위라는 비유였습니다.

 

이에 '세종시 원안+알파'를 고수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박 전 대표는 정 대표가 미생지신 고사에서 미생이 문제인 것처럼 말한 것에 대해 "미생은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신의를 지켜 사람들의 귀감이 됐다"며 "오히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애인이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세종시와 관련해 약속을 저버리려는 정부와 여당 주류를 미생의 애인에 비견해 비난한 것입니다.

 

두 사람 다 잘 알고 말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오늘의 탐구생활은 미생지신(尾生之信) 입니다.

 

 

맹호도(猛虎圖).
조선시대.

 

 

 

미생지신 尾生之信

 

 

 

신의(信義)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도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의리와 성실을 몸소 실천한 사람이라고 칭송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융통성이 없는 고지식함으로 인해 자신의 몸숨을 버리게 된 경우라면 비웃음을 나타내게 될 것입니다. 이 번에 소개하는 '미생(尾生)'이라는 사람의 신의(信義)에 대해 여러분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요?


  미생은 《논어(論語)》에도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너무나 우직하게 신의를 지킨 나머지 이웃집 사람이 미생을 찾아와 간장을 빌려 달라고 하자 자신의 집에도 간장이 떨어진 것을 알고 뒷문으로 나가 다른 집에 가서 간장을 빌려와서 주었던 일화가 있을 정도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미생이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게 된 고사가 '미생지신(尾生之信)'입니다.


  《사기(史記)》<소진열전(蘇秦列傳)>이나 《장자(莊子)》,《회남자(淮南子)》《전국책(戰國策)》 등에서 미생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있는데,  여기서는 《사기(史記)》에 나오는 이야기를 옮겨 봅니다.

 


신의(信義)를 중요하게 여기던 노(魯)나라의 미생이 어느날 여자와 약속을 하고 만날 장소를 개울가 다리 교각 아래로 정했습니다. 약속 시간 보다 일찍 나간 미생은 손꼽아 여인을 기다렸는데, 때 마침 많은 비가 내려 개울물이 삽시간에 불어나게 되었습니다. 여인은 너무 많은 비가 내려 그곳에 나오지 않았지만, 미생은 여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불어나는 개울물을 바라보면서 다리 교각을 꼭 붙든 채 물에 빠져 죽고 말았습니다. 물이 빠진 뒤에 미생이 교각을 붙든 채로 죽어 죽어있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발견되었습니다.
{ 尾生與女子 期於梁下, 女子不來 水至不去 抱柱而死, 有信如此 《史記》 }

 

 

미생의 신의(信義)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정말 신의를 철저하게 지닌 훌륭한 인물로 보아야 할까요? 아니면 융통성이 없는 바보 같은 사람으로 인식해야 할까요? 아마도 우리 사회가 약속과 신의를 잘 지켜지는 사회라면 미생은 바보 같은 사람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사회 풍토가 약속과 신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서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구석이 있다면 미생의 일화를 웃음거리로만 여길 수 없을 것입니다. 바로 상식이 통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사회 풍토가 조성되어 미생의 일화가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 정도로 돌릴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작도(鵲圖).
조영.
조선시대.
서울대박물관 소장

 

 

 


새해부터 까치가 웁니다. 古事成語

 

 


 

미생지신 尾生之信

 


 
우직하여 융통성이 없이 약속만을 굳게 지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중국 춘추 시대에 미생(尾生)이라는 자가 다리 밑에서 만나자고 한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홍수에도 피하지 않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익사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사기》의 <소진전(蘇秦傳)>에 나오는 말이다. 


尾(미) 꼬리 / 生(생) 나다 / 之(지) 어조사 / 信(신) 믿다

미생의 믿음이란 뜻으로, ①우직(愚直)하게 약속(約束)만을 굳게 지킴 ②또는 융통성(融通性)이 없이 약속(約束)만을 굳게 지킴을 비유(比喩)

 

魯(노)나라에 미생(尾生)이라는 사람은 일단 남과 약속을 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키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어느 날,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는데, 여자는 그 시간에 나타나질 않았다. '조금 더 조금 더'하고 기다리고 있던 중 소나기가 쏟아져 큰 개울물이 갑자기 불어났다. 그러나 미생은 '이 다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으니, 이 자리를 떠날 수는 없다.'생각하고 그 자리에서 교각(橋脚)을 붙잡고 버텼으나 급류에 휘말려 떠내려가고 말았다. 장자(莊子)는 도척편에서 "이런 자는 책형(기둥에 결박하여 세우고 창으로 찔러 죽이는 형벌)된 개, 물에 쓸린 돼지, 깨어진 사발을 한 손에 들고 걸식하는 거지와 같으며, 사소한 명목에 끌려 진짜 귀중한 목숨을 소홀히 하는 자이며, 참다운 삶의 도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놈이니라." 하고, 그 어리석음을 규탄하면서 이는 신의에 얽매인데서 오는 비극이라 하였다.

 

 

 

금동 문고리 도깨비 장식무늬

 

 

 

 

도깨비처럼 뜽금없는 고사성어,

미생지신 尾生之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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