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종교다'
첼리스트_ 미샤 마이스키 Mischa Maisky
justinKIM의 탐구생활
발트 3국의 하나인 라트비아 공화국의 수도 리가에서 태어난 미샤 마이스키는 리가의 음악원에서 처음 첼로를 배웠다. 레닌그라드 음악원의 부속 음악학교, 모스크바 음악원을 마치고 로스트로포비치와 그레고르 피아티고르스키를 사사하며 이 시대 최고의 두 거장에게 모두 가르침을 받은 유일한 첼리스트로 인정 받는다.
1965년 러시아 전국 음악 콩쿨, 1966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쿨, 1973년 가스파르 카사도 국제 첼로 콩쿨에서 차례로 수상하며 말 그대로 혜성같이 첼로계에 등장한 그는 그러나 단지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반체제운동에 관계된 것으로 간주되어 2년간의 옥중생활을 해야 했다. 그 사이 연주도 할 수 없었으며 자유마저 빼앗겼던 마이스키는 마침내 1972년, 24세 때 출국허가가 내려져 이스라엘로 이주하면서부터 자유를 찾게 된다. 이때의 충격으로 잠깐동안 정신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던 그는 이후 그토록 연주하고 싶었던 첼로를 마음껏 연주하며 본령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루돌프 세르킨으로부터 말보로 음악제 초청 연주를 시작으로, 피츠버그 교향악단,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또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등에 객연하여 마이스키의 음악은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이스키의 강점은 윤기 있는 음색. 지나치게 감성과 기교에 치우친다는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그의 연주는 훌륭한 성악가의 노래를 연상케 하는 매력을 지녔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인데, 마이스키는 아주 아름답고 서정적인 바흐를 표현하여 바흐 작품의 원류에 취해있던 사람들에게 충격을 던져주었다. 그러나 ''바하의 서정성을 가장 효율적으로 표현한 연주'',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 음반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연주’ 라는 평을 받으며 바흐 모음곡의 불후의 명반으로 꼽히고 있다.
흔히 미샤 마이스키 특유의 화려한 무대 의상으로 '쇼맨쉽’이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가 그런 하늘하늘한 블라우스를 즐겨입는 이유는 단 하나 연주하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음악에 모든 것을 헌신한 사람,
“음악은 종교다”라는 신념으로 음악을 대하는 사람,
미샤 마이스키. 그는 분명 우리시대 최고의 첼리스트이다.
미샤 마이스키 (Mischa Maisky) 첼리스트
출생 1948년 1월 18일 (러시아)
수상 일본 도쿄 아카데미 레코드상 2회
경력 1971년 미국으로 망명
1965년 전 소련 음악 콩쿠르 6위
사람|첼리스트_ 미샤 마이스키 Mischa Maisky
justinKIM의 탐구생활
마이스키와의 대화
첼로를 들으면 신이 인간의 몸에 줄 가닥을 숨겨둔 듯싶다.
가슴뼈의 줄을 그물 삼아 몸 안에 번져가는 슬픔이나 기쁨을 선명하게 길어 올리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와 내한공연을 앞둔 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브뤼셀로 전화를 걸었다.
작년 이맘때 장영주의 바이올린 공연과 장한나의 첼로 공연을 며칠 사이를 두고 감상했다. 바이올린을 쥔 장영주는 꿈을 꾸듯 가볍고 황홀해 보였고, 첼로를 안은 장한나는 비장하고 깊고 육중해 보였다. 바이올린은 천상의 완벽한 소리를 향해 하늘로 비행하고, 첼로는 인간의 불완전한 소리를 안고 땅으로 투항하듯 내려앉았다. 장한나는 미샤 마이스키(Mischa Maisky)에게 첼로를 배웠다. 그리고 연주가 시작되기 전 스승인 미샤 마이스키에 대해 얘기했다.“미샤 마이스키 선생이 말씀하시길 잘하는 연주자는 손으로 연주하고,그 다음엔 머리로 하고, 그 다음엔 마음으로 한다고 하셨어요. 놀랍게도 그분은 매일매일 마음으로 연주하고 계세요. 1년에 150번까지 공연을 소화하면서요.” 첼로를 쥔 음유시인 미샤 마이스키는 처음 장한나의 스승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딱딱한 연미복 대신 부드럽게 주름이 흩어지는 이세이 미야케 셔츠를 입고서. 러시아적 정한이 물씬 밴 라흐마니노프의 ‘엘레지’ ‘보칼리제’와 자로 잰 듯한 기교가 돋보이는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 연주 때 종종 줄이 끊어지는 묘한 인연을 이어가는 드뷔시 첼로 소나타와 함께.
굽이치듯 쏟아지는 은발, 앞을 바라보지만 더 멀리 다른 걸 바라보는 듯한 눈동자 속 홍채, 첼로의 활로 브랜디처럼 데워진 손바닥… 마이스키의 첼로로 듣는 무반주 협주곡이나 칸타빌레는 때때로 해질녘 바리톤으로 노래하는 오페라나 합창처럼 들렸다. 그럴 때 첼로 소리는 젖은 연기처럼 무거웠고, 불완전한 박동으로 더욱 가까웠다.구소련에 거주한 유대인 출신, 2여 년간의 투옥 생활을 거친 생의파란은 때때로 첼리스트로서 그의 음악에 슬픈 웅변을 보탰고, 수순처럼 1992년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명상〉 음반 이후로 그가 첼로라는 영토에 남긴 바퀴자국은 깊다. 피아니스트가 된 딸릴리와 함께 그토록 꿈에 그리던 내한 공연을 앞두고 브뤼셀 자택에서 마이스키가 굵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그의 목소리는 수화기 저편에서 끊어진 첼로처럼 지직거렸지만, 그 또한 포크송을 실어 나르는 한밤의 라디오처럼 다정하고 진솔했다.
사람|첼리스트_ 미샤 마이스키 Mischa Maisky
justinKIM의 탐구생활
첼로를 연주하고 계셨나요?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목소리를 조금 더 크게 해줄 수 있나요? 감이 멀어요. 네. 좋아요. 훨씬 낫군요.
도메니코 몬타니아가 바흐의 첼로 모음곡 두 번째 녹음 때 망가졌다고 들었어요.
뭐라구요? 지금 다시 안 들려요.
당신의 3백 년 된 도메니코 몬타니아요.
내 첼로! 그게 뭐라구요?
그게 녹음 때 부서졌다고….
아…. 네, 작은 사고 때문에 망가졌죠.
첼로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망가뜨렸다구요?
아니요. 그냥 고양이에요. 일어날 법한 사고죠. 그렇지만 이제 잘 수리돼서 예전보다 더 좋은 상태와 모양이 됐어요. 이렇게 훌륭한 첼로를 연주할 수 있다니 행운이에요. 거의 36년째 함께하고 있고, 내가 한국으로 떠날 11월 말이 되면 정확히 36년째가 돼요.
이번 공연에서도 이세이 미야케를 입으실 건가요?
몇 년 동안 훌륭한 아웃핏을 찾으려고 애썼어요. 보타이와 꼬리가 긴 유니폼을 입으면 육체적으로 불편했어요. 특히 난 공연 중 움직임이 많거든요. 몇 년 동안 내게 맞는 옷을 찾아 다녔고, 한국의 이태원에서도 좋은 옷들을 찾았어요. 한국 테일러들이 만든 옷을 최근에도 입었어요. 요즘 새로운 하우스들로 옮기고 있지만요.
이세이 미야케를 얘기하고 있었어요.
아! 그러고 나서 이세이 미야케를 만났어요. 난 그의 옷을 좋아해요. 룩의 디자인과 착용감, 상상력 모두 편안하고 실용적이에요. 여행 중에도, 공연장에서도 그의 옷을 입어요. 그러나 중요한 건 의상이 아니죠. 가끔 사람들이 내가 공연장을 패션쇼 스테이지로 만든다고 오해해서 속상해요. 의상은 단지 뮤지션의 연주를 도와주는 요소일 뿐이죠. 여성들을 위한 드레스는 다양한데 남성들의 유니폼은 턱시도뿐이에요. 그건 불공평해요.
턱시도의 획일성이 싫은 거죠?
맞아요. 유니폼과 동질성을 생각해봐요. ‘Uniform and Uniformity’. 밀리터리와 군인, 제복과 폴리스, 흰가운과 병원의 의사들, 그리고 턱시도와 오케스트라. 하지만 통일감속에서 각자의 개성도 중요해요. 개성은 음악에서도 중요한 요소예요. 왜 사람들이 다 똑같은 모습으로 연주해야 하죠? 똑같은 유니폼은 음악의 정신에 위배되는 거예요.
장한나가 스승이 되어주셔서 감사하다는 편지를 드렸더니, “너도 너같이 재능 있는 아이를 만나면 네가 가진 것을 주어라. 내 스승도 나한테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지요.
굿 포인트! 난 장한나와 내 스승들로부터 배운 것들을 공유하려 노력했어요. 좋은 사람들의 음악을 들려줬지요. 하지만 그들을 카피하지 말라고 가르쳤어요. 모든 아티스트들은 유니크하죠. 아티스트의 정의는 고유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 세컨드 로스트로포비, 세컨드 피아티고르스키, 세컨드 마이스키, 세컨드 장한나도 모두 존재할 수 있지만 그들은 다 유니크한 존재예요. 어린 아티스트들일수록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해요. 작곡가를 해석하는 것은 그 다음이죠.
당신의 자유로운 음악적 성향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당신이 박자의 합리성을 깬다는 비판을 하죠.
내가 무엇을 깬다구요?
합리성이요.
박자의 합리성. 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 노력하진 않아요. 그건 불가능해요. 항상 당신을 비판하는 사람이 있죠? 다른 이유를 가지고. 그건 괜찮아요. 아직 여전히 미샤 마이스키의 연주를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한.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나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음악에 대한 생각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요. 음악은 살아있잖아요. 음악은 생명이에요. 음악에 대한 반응은 환경에 따라 달라져요. 하루 중 어느 시간인가에 따라서, 나이에 따라서, 날씨에 따라서, 기분에 따라서. 음악은 내게 살아 있는 유기체예요. 나는 음악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연습해요. 기계적이 되는 건 죽음이에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쉬워지면 안 돼요. 요즘은 컴퓨터로도 음악을 쉽게 만들어요. 하지만 연주라는 건 다른 것으로 대치할 수 없는 감정적인 거예요. 디지털이 들어 갈 수 없어요.
누나의 이스라엘 망명으로 강제수용소에 있었죠?
과거의 어두운 고립감이 당신의 예술 세계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나요? 합해서 2년이죠. 네 달 동안 감옥에, 여덟 달 동안 노동자 수용소에, 두 달은 정신병원에 있었던 걸 모두 포함해서. 힘든 시간이었어요. 평범한 경험이 아니죠. 하지만 그 시간들이 인간으로서의 내 존재를 더 강하게 만들어준 셈이에요. 단단하고 완성된 인생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 단단한 슬픔이 밀도가 높고 파장이 큰 음악을 만들었을 거예요.
왜 첼로를 연주하게 되었나요?
왜 첼로를 연주하게 됐냐구요? 너무 오래전 일이지만 나만의 어떤 논리적인 이유가 있었어요. 내 가족의 역사에서. 누나는 피아니스트고, 형은 바이올린을 연주했으니 첼로는 나한테 자연스러운 결론이었겠지요. 패밀리 트리오를 결성하고 싶었죠.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지만. 그래서 내 자식들과 함께 연주하는 것이내 인생의 꿈이에요. 큰아들 사샤가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 중이에요. 아주 재능 있는 연주자죠. 종종 함께 연주해보기도 해요. 언젠가 함께 공연을 할 수 있을 거예요.
한국에서 딸 릴리와 함께 서는데, 연습은 잘 되고 있나요?
릴리는 대단한 피아니스트이고 훌륭한 연주 파트너예요. 그렇지 않았더라면 함께 연주할 수 없었겠죠. 다른 훌륭한 피아니스트인 아르헤리치의 경우 관능적이고, 세르히오 티엠포의 경우 아름다운 소리를 낼 줄 알죠. 릴리는 자연스럽고 편안하죠.
당신과 음악적 성향이 닮았나요?
다행히도. 우린 연주하면서 의논조차 하지 않아요. 그냥 흘러가요.
기쁘신가요?
저로선 큰 기쁨이에요. 평소엔 어떤 음악을 듣죠? 재즈, 현대 음악도 종종 들어요. 난 모든 다른 음악에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어요. 내 삶의 철학 중 하나가 모든 것에 대한 오픈 마인드와 관용이에요. 사람들은 다른 것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해요. 다른 전통, 문화, 성격, 먹고 마시는 것, 음악… 나는 그 차이에서 서로에게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극적이고 스케일이 큰 작곡가 라흐마니노프나 쇼스타코비치를 어떻게 표현할 계획이신가요?
어떻게 표현할 거냐?음… 전 그 음악들을 사랑합니다. 정확히 말해 내가 사랑하지 않는 음악은 연주하지 않지요. 그 음악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나누고 싶어요.
드뷔시 첼로 소나타도 연주하죠?
드뷔시요? 네.
드뷔시 소나타를 연주할 때 줄이 잘 끊어지는데, 왜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그랬던가요? 오호라!
다리아 호보라 반주로 이탈리아에서 리사이틀을 했을 때 첼로 현 2개가 끊어져 굉장히 빨리 연주해서 위기를 넘겼고, 일본에서는 스테이지에서 물러나 줄을 갈아 끼운 후 다시 연주에 들어간 적이 있으시죠?
아! 가끔씩 줄이 끊어지기도 하지만 그냥 제겐 평범한 일이에요. 최근엔더 좋은 줄로 교체해서 준비하고 있어요.
일상적인 시간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일상 생활이라는 게 없어요.내 삶은 너무 바쁘고 복잡해요. 늘 여행 중이고 날마다 끊임없이 변해요. 며칠 전엔 상하이에서 오케스트라와 연주했고, 최근엔 나의 꼬맹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매일 아침 다섯 살 난 아이를 학교에도 데려다 주고, 가능한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려 해요. 한국에서의 콘서트를 위해 딸과 연습을 하기도 하고…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자유로운 시간이 너무 짧아요.
전화기를 내려놓은 후엔 무엇을 할 건가요?
일단 연습을 하러 갈 것 같아요. 연습은 매일 하는 일상의 일이죠. 그게 일상이에요.
사람|첼리스트_ 미샤 마이스키 Mischa Mai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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