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故鄕 長華里와 迎瑞堂의 빛

대나무 숲 따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따라 담양 드라이브

장전 2008. 6. 7. 06:58

 

 

 

 

 

자동차에 몸을 싣고 하늘을 덮을 정도로 뻗은 메타세쿼이아 길을 달린다. 담양의 움직이는 성도 만났다.
꽃미남 시우와 승호가 함께 떠난 담양 여행.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각종 CF와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와 대나무 숲. 담양에 가보지 않은 사람도 ‘담양’ 하면 ‘대나무’를 떠올린다. 국내여행에 관심이
좀 있는 사람은 각종 CF와 영화에 단골로 등장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부터 찾는다. 담양은 기자에게도 어떤 ‘로망’을
품게 한다. 하늘에 닿을 듯 높이 뻗은 나무 숲을 보면 잠시나마 복잡한 시간을 잊는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정신없는 현실
에서 한 발짝 위로 떠서 날게 한다. 그 나무들이 곧게 뻗은 대나무 숲이고, 드라이브하기 좋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니 더 멋지다. 더 근사하다. 게다가 봄처녀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꽃미남을 두 명이나 대동하고 떠났으니 이보다 더 좋
을 수가 없다.

이번 여행의 주인공인 시우는 이태원의 ‘마이 차이나’에서 처음 만났다. 개인적으로 오빠 동생하며 지내는 홍석천씨의
레스토랑에 놀러 갔다가 얼굴의 반이 넘치도록 웃어젖히는 시우의 시원스러운 미소에 흑심을 품었더랬다. 드라이브
여행에 꼭 셀럽으로 데리고 가겠노라고. 범상치 않은 외모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광고 모델로, 드라마 조연으로 한때는
꽤 왕성하게 활동했던 친구다. 지난해 말 군대에서 제대한 후 지금은 뮤지컬에 도전해보고 싶어 틈틈이 오디션을 알아
보는 중이다. 긴 머리가 잘 어울리는 승호는 시우가 8년 넘게 가장 믿고 따르는 형이다. 좀처럼 말이 없고, 낯을 많이
가리는 이 부산 사나이는 수다스러운 시우 옆에서 늘 조용히 잘 챙겨준다.

마지막으로 이 즐거운 여행에 속도를 더한 것은 QM5. 세단과 SUV의 장점을 잘 챙겼다는 QM5의 매끈한 외모에 모두
여자라도 보듯 관심이 대단하다. 시동을 건다. 얇은 스마트 카드를 삽입하고 가볍게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니 끝이다.
담양까지 걸린 시간 3시간 30분. 시속 140km를 넘게 밟자 작은 소음이 느껴졌으나 그것도 이내 보스 사운드 앞에서는
사그라졌다. 일부 고급 수입차에만 장착된 보스 사운드의 명성을 귀로 확인할 수 있는 여정이었다.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성당간~금성면 석현교ㅣ영화 [화려한휴가], [와니와 준하]의 촬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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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
곧게 뻗은 대나무 오솔길

담양 IC를 나와 우리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잠시 차를 세워두고 산책에 나섰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길을 모두 차를 타고 지나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쪽 길을 차가 들어갈 수 없게 낮은 구조물로 막아두었다.
쭉쭉 달리는 드라이브의 시원함보다는 한 발짝 쉬어가는 여유를 나무는 말없이 건네준다.다음 코스는 10분여 거리에
있는 관방제림과 죽녹원. 관방천이 흐르는 강가에 300년 이상 된 아름드리 나무들이 2km가량 도열해 있다. 관방제는
처음 담양천의 물길을 다스리기 위해 제방을 축조하고 나무를 심었다는데, 느티나무, 푸조나무, 팽나무 등의 고목들이
관방천 물결에 멋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뒤이어 죽녹원으로 향했다. 곧게 뻗은 대나무 오솔길이 우리를 반긴다.
대나무를 잘라 엮어 만든 산책로를 신발을 벗고걸었다.

너무 오랜만에 떠난 여행 때문일까. 밤새 잠을 설쳐 피곤했다는 시우의 얼굴에 다시금 시원한 웃음이 번졌다. 사실 시우
는 이번 여행에 기대가 컸다. 자신이 잡지에 모델로 등장하는 콘셉트 때문이 아니라 정말 오랜만에 ‘여행’이란걸 떠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은 TV 일도, 잡지 모델 일도 별 흥미가 없어. 방송국 쫓아다니며 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괜한 자존심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은그런 거 있잖아. 근데 여행은 정말
가고 싶었거든. 그래서 내가 일부러 기르던 머리도 자르고 봄옷도 장만한 거 아냐!”

그런데 자른 머리는 헤어숍에서 숱을 너무 쳐놔서 안 자르느니만 못해졌고, 새로 산 하얀 셔츠는 떨어진 촛농에 벌겋게
물이 들어 입지도 못했다. 엉뚱한 짜증이 붙었던 기분이 다행히 대나무 숲에 와서 풀렸다. 봄바람에 댓잎 스치는 소리를
듣다 보니. 이곳저곳 욕심 부려 다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다. 담양 하면 또 떡갈비라 큰맘 먹고 찾아갔다. 담양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덕인갈비집(061-381-2194). 50년 전통의 떡갈비집은 변변한 주차장도, 넉넉한 기와도 올리지 않은
소박한 읍내의 음식점 모습이었다. 재래식 부엌에서 숯불로 구워낸 떡갈비가 상에 올려지기가 무섭게 다들 달려들었다.
1인분에 1만9000원. 혼자서도 2인분은 거뜬히 먹어 치울, 손바닥만 한떡갈비를 맛만 봤다. 입에 착착 감겼지만, 괜히
입맛만 돋웠다. 담양읍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담양호 드라이브에 나섰다. 담양 어딜가나 마주치는 대나무 숲만큼이나
국도에는 메타세쿼이아가 정렬해 있었다. 벚꽃도 절정이다. 담양호 가는 길은 호수 주변으로 나무가 많아 호반 드라이
브라기보다는 추월산 드라이브가 더 어울릴 듯. 뒷자석까지 2단으로 되어 있는 넓은 파노라마 선루프를 활짝 열었다.
담양의 노을이 차 안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061-380-3244ㅣ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향교리 산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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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원당
담양의 움직이는 성

담양 취재를 떠나며 가장 애를 먹은 부분은 ‘어디서 자느냐’ 하는 문제였다. 인터넷을 뒤지고, 담양군청에 전화를 하고,
한국관광공사에 안내전화를 돌려도 돌아오는 대답은 깔끔한 ‘모텔’들 이름뿐이었다. 뭔가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숙박지
한 군데를 가까스로 찾아냈는데, 우리 일행은 해가 다 지고서야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향원당香遠堂. 담양의 가장 남쪽 끄트머리, 10분만 더 달리면 화순에 닿는 남면 구산리에 있다. 밤에 가는 초행길은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둡고, 구불구불 끝도 없이 가는 길이었다. 어둠 속에 기와 문이 나타났고, 안으로 들어가니 ‘마을에
무슨 이런 데가 있나’ 싶게 전혀 딴 세상이 나타났다. 한눈에 보기에도 열 채는 넘을 듯한 고택과 커다란 목조 건물이
둘러싸여 있었는데 그윽한 불빛들 아래 신비로운 기운마저 감돌았다. 5층 높이로 지어진 웅장한 한옥은 마치 중국의
어느 절 같기도 하고, 나무로 만든 계단들을 오를 때는 일본의 오래된 집들 사이를 걷는 기분이었다.

“분위기 완전 묘하다.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온 것 같아!” 그랬다. 향원당의 밤 풍경은 정말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닮아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타이밍도 절묘하게 스르륵 할아버지 한 분이 나타났다. 풍채는 작으셨으나 눈빛은 꼬장꼬
장하게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다. 평생을 교육계에 몸담고 퇴임하신 이곳의 대표 김석주 ‘교장선생님’이시다.
“자네들이 서울에서 온다는 그 친구들이구먼? 먼 길 오느라 수고혔네. 근데 그 담배는 아무 데서나 피면 절대 안 되고,
저 큰 항아리 있는 데에서만 피도록 혀. 여그 건물이 다 나무로만 지어놔서, 이거는 여그 오면 누구나 꼭 지켜야 하는
일이니께 고깝게 생각은 말더라고. 오늘은 늦었으니 자고 내일 아침에 보세.”


당황한 꽃미남들은 서둘러 담배를 끄고 하룻밤을 머물게 될 양헌당으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서니 향긋한 냄새가 방
안에 가득했다. 향나무였다. 양헌당은 향나무와 황토로만 지은 5층 한옥으로 1~2층에는 한옥 펜션, 위층에는 명상관과
다도 체험관 등이 있는 건물. “여그 자주 오는 분덜은 잘 때 옷도 안 입고 잔다 하드만. 향나무가 원체 몸에 조응께 담양
오믄 죽림욕 허드시 여그서는 향림욕을 하는 것이제. 최불암, 강부자씨도 저그 연화당에 와서 자고 가고 한당께.”너무
개운하게 잘 자고 일어났다고 아침 인사를 드리자 하시는 말씀이다.

연화당은 편백나무와 황토로 지었는데, 외국인을 위한 전용 펜션으로 운영되는 곳. 향원당은 이처럼 전통 한옥 펜션을
비롯, 중국명차 박물관인 천초당,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는 일죽정, 한국 다도 및 예절을 체험할 수 있는 향원당 등 모두
13채에 달하는 목조 건물이 들어선 ‘담양의 성’이다. 전해 받은 브로슈어에는 ‘복합문화레저타운’이라 소개되어 있었지
만 그 말로는 충분하지도, 상상하기도 어려운 공간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몇몇 흥미로운 목조 건물들을 교장선생
님과 함께 둘러보는 펜션 투어가 시작되었다. 천초당에서는 한국에 들여와 보관만 25년이 넘은 진년 보이차와 중국 다
도를 체험할 수 있는 유리탕관(전기식), 차판, 자사호 등 수많은 차 도구를 볼 수 있었다.

교장선생님의 부인인 이양수 여사는 전라도에서 ‘묵은지’ 명인으로 선정, 다도는 물론, 김치와 궁중 사찰 음식
만들기 체험을 가르치고 있고, 대학교수이자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는 막내딸 김수인씨는 명선원 푸드데코아 카데
미를 운영하는 등, 그야말로 온 가족이 함께 만들고 일군 전통문화공간이었다.
우리는 100년 된 고택을 그대로 이전해온 일죽정에서 차를 마셨다. 보이차 물로 만든 수리취 떡과 다식이 작은 은그릇
에 담겨 나왔고 댓잎차가 향기로웠다. 해가 양한당 꼭대기로 오를 때쯤 친절한 교장선생님의 배웅을 받으며 소쇄원으로
떠났다. 조선 중기에 양산보가 만든 이 명원의 죽림노송을 감상하고, 광풍루에 앉아 바람을 쐬었다. 그러나 우리는 어젯
밤 묵었던 향원당의 기묘한 분위기에서 깨어나는 데, 그러고도 한참이 걸렸다.
061-381-1515ㅣ전라남도 담양군 남면 구산리 193-0ㅣ연중무휴, 주차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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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날 : 경부고속도로 천안논산간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담양IC  죽녹원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담양호 드라이브  향원당 

 둘째날  : 향원당  소쇄원 한국가사문학관 식영정 광주호 드라이브 명옥헌원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