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면 말이지
나보다 먼저 추억이 올라타서
더듬거리며 찾아가는 내 자리에 미리 앉아있곤 했어
한 단어를 떠올리는것 만으로 왠지 사무쳐서 눈물 나기도하고
가슴속에 숨어있던 어떤 이름모를 줄 하나를 건드려서 팅~소리가 나는 그런 단어들이 있다.
그런 단어들은 사람마다 다 다를것이지만
<외삼촌> <작은오빠> 이런 단어들이나 <스물두살> 이런 것들이 되겠는데
<경춘선> 이란 말도 그중에 하나라고 할수있지 싶다.
<경춘선>이란 말만 가만히 떠올려봐도 왠지 머릿속 어느 한구석에 노란색 조그만
호박등 하나 탁 켜지고 불빛아래 서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떠오를것만 같다.
성북역 근처
오래 된 이정표처럼 서 있는 네가 보이면
일부러 걸음을 늦췄지
나를 기다리는 네 모습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나는 통장잔고만 좀 있으면 계절이 바뀌든 말든 알바없고 그냥 행복한 사람인데
이번 겨울은 왠지 마음이 안 잡히고 좀 그렇다.
우리 이웃님인 마이란님의 시 하나 올려놓고
한 며칠 어디로 쏘다니다 와야될까 싶으다.
경춘선/마이란
기차를 타면 말이지
나보다 먼저 추억이 올라타서
더듬거리며 찾아가는 내 자리에 미리 앉아있곤 했어
빗살무늬로 퍼져가는 창밖 풍경속엔
유년의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한 시절이
물그림자로 숨어서 손을 흔들더라.
아마 네 생일이었을꺼야
봄꽃들 놀래키는 재미도 시들해진 햇살이
아무데나 주저앉아 수다를 떠는
늦은 사월 어느 오후,
집 앞에 놓여있는 자전거에 오르듯 그렇게 기차를 탔지.
성북역 근처
오래 된 이정표처럼 서 있는 네가 보이면
일부러 걸음을 늦췄지
나를 기다리는 네 모습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창문 낮은 찻집의 창가 구석 자리
돌아갈 시간이 적힌 기차표를 모래시계처럼 세워두고도
우리의 이야기는 끝나지가 않았어.
막차를 놓칠까봐
내 손을 꽉 잡고 광장을 뛰어가던 너,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을
바람속으로 던지며 나도 뛰었지.
가쁜 숨 몰아쉬기도 전에
덜.컹. 기차는 움직이고
어둔 창 밖에 불빛처럼 서있는 너는
내겐 벌써 그리움이었어.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다
선잠 든 슬픔처럼 엎드린 남춘천역
나, 잘 왔어.
짧게 끊었던 공중전화의 그 주황빛이
여태도 호흡짧은 설움으로 남을줄은 그땐 몰랐지
경춘선 기차를 타고
내가 드나들던 그 먼 시절이
이렇게나 긴긴 이별로 기억조차 아슴해질줄
그땐 몰랐지
경춘선 기차만 여전히 남아
햇살아래 빛바랜 여린 꽃잎처럼
간직하지도 못하고 흘려보낸
그런 추억이 될줄은
그땐 정말 몰랐지.
秋來秋去
가을오고 가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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