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프라다를 입거나 말거나
LA에서 I-10 고속도로 타고 동쪽으로 9시간 달리면 엘파소 가기전에 밸런타인을 지난다.
거기 텍사스 사막 한가운데 뜬금없는 프라다 명품점이 있다.
가게 이름은 <프라다 파르마>.
사방은 망망 벌판이다. 고속도로변도 아니고 US-90 길로 한참 들어가야 보이기 때문에 인적도 드물다. 10평 남짓 박스형 하얀 건물은 모래바람에 퇴색해 사막풍경의 부분이 되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오지에 가게를 차렸을까마는 놀랍게도 진열된 프라다는 모두 진품이다. 가방과 구두, 그리고 약간의 액세서리가 보인다. 그런데 안판다. 물론 주인도 없이 문은 닫혀있다. 밤이면 불은 켜져 자칫 차 세우기 십상이다.
사실 이 프라다점은 설치미술이다.
작가는 덴마크의 미케일 엘름그린, 그리고 노르웨이의 잉거 드라그셋. 이 둘이 2001년 뉴욕에서 활동할때 우연히 탄야 갤러리에 엉터리 '커밍순 프라다' 쪽지가 붙은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단다. 처음에는 네바다 사막을 물색했으나 실패하고, 다시 텍사스에서 활동하던 보이드 엘더의 도움으로 마르파를 선택했다. 2005년 건축가 라엘과 프라텔로가 12만불 들여 건물을 세운다. 그리고 전시물은 수석 디자이너 뮤치아 프라다가 제공했다. 이 작품의 메시지는 '소비주의 비판' 이다. 그러나 비평가 사이에서는 '자본주의 조장' 아니냐는 애증(Ambivalent) 의 소리도 들린다. 그 악평에 화답이라도 하듯 2014년 도둑이 창 깨고 들어가 전시물 대부분을 쓸어 담았다. 그리고 측면 벽에 '바보, 멍청이' 낙서를 남기고 도망갔다. 다 복구되었고 지금은 마르파 시에서 철통보안으로 감시한다.
이 남남 커플은 2016년 맨하탄 5번가, 록펠러센터 앞에 거대한 <반 고흐의 귀>를 설치해 주목 받기도 했다.
반고흐 탄생 163주년 생일이었다. 이 귀는 원래 폴란드에서 수영장으로 제작됐다. 캘리포니아의 여유있는 분위기(Ambience of California)를 표현 했단다.
그런데 작가는 반고흐의 불우한 생애로 대도시의 각박한 삶을 조명하고자 이 설치물을 뉴욕까지 끌고 왔다. 이보다 앞서 2012년에는 덴마크의 헬싱가 부두에 <한>을 세웠다. 덴마크어로 Han은 영어의 He다. 이 조각상은 남자인데 궤벤하운의 '인어공주' 와 같은 포즈로 앉아있다. 작가는 전통적 남성상(Portrayals of Masculinity)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이 작품을 설치했다.
이원훈님이 North Atlanta, Georgia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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