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바람처럼

세상에서 물동량이 많은 5대 상품 중의 하나가 커피다.

장전 2018. 12. 21. 09:17

유대인의 독점 상품, 커피


세상에서 물동량이 많은 5대 상품 중의 하나가 커피다. 우리나라만 해도 성인 1인당 연간 커피소비량은 2017년에 512잔을 기록했다.

커피가 최초로 음용된 곳은 이슬람이었다. 커피 선호가 마호메트로부터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요지는 이렇다.


“마호메트가 동굴에서 수행을 하는데, 거의 죽을 지경이 됐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기력이 다해가는 상황에서 대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나 빨간 열매가 달린 나무로 안내했다. 열매를 따 먹은 마호메트는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2년간 가브리엘 천사가 꿈에 나타나 따라 읽으라며 이야기를 해주는데, 살아가는 데 매우 긴요한 이야기였다. 마호메트는 꿈에서 깨면 천사가 해준 말을 잊지 않도록 양피에 적었다. 이것이 코란(Koran)이다.”


그 뒤 무슬림은 마호메트에게 건강을 되찾게 해준 커피를 신성하게 여겼다. 커피를 몸에 담은 자는 지옥 불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생겨나 무슬림이라면 모두 마셔야 하는 이슬람 음료가 됐다.


이후 9세기 이슬람 율법학자들은 밤 기도 시간에 졸음을 쫓기 위한 약으로 커피 열매를 씹어 먹기도 했다. 이렇게 커피가 귀한 음료이자 잠 쫓는 약이 되자 이슬람들은 씨앗이 외부로 유출되는 걸 엄격히 통제했다. 외부로 수출할 때도 발아하지 못하도록 씨앗을 끓이거나 볶아서 반출했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커피를 맛있게 먹는 가공법의 발달로 이어지는 계기가 된다.


당시 커피의 주요산지가 예멘과 에티오피아였다. 커피 수요가 늘어나자 예멘의 유대인 커피 수출업자들은 커피의 독점공급을 완벽하게 관리하기 위한 독특한 방안을 마련했다. 바로 수출용 커피를 아라비아 반도 남단 ‘모카’ 항구에서만 수출토록 한 것이다. 그 뒤 유대인들은 커피 반출을 엄격히 통제했고, 심지어 에티오피아 커피까지도 모카로 가져와 수출했다. 이렇게 커피가 모카 항구만을 통해 수출되면서 유럽 사람들은 자연스레 커피를 모카라 불렀다.


커피는 15세기 중반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에 소개되고 그곳에 '가누스 카프베'라는 세계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이후 커피는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그 무렵 모카에는 3만 명가량의 유대인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17세기 말까지 300년간이나 커피무역을 독점했다. 당시 서구의 커피 독점수입을 주도한 사람들 역시 베네치아 공화국의 유대인들이었다. 당시 유대인만이 유일하게 이슬람 사회와 기독교 사회를 왕래하며 무역할 수 있었다.


1629년 베네치아에 유럽최초의 카페가 오픈했으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카페 역시 베네치아의 '플로리안' 으로 1720년에 오픈한 이 카페는 지금도 성업 중으로 필자가 밀라노 근무 시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천주교 사제들은 커피가 악마의 음료라며 교황에게 음용 금지를 탄원했는데 결과는 의외였다. 커피를 맛본 교황은 그 맛에 반해 오히려 커피를 적극 받아들이면서 이후 커피는 단숨에 유럽을 정복했다.


베네치아 공화국에 이어서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나라는 영국으로 1650년 제이콥이라는 이름의 유대인이 영국 옥스퍼드에 커피하우스를 열었다. 그 뒤 곧바로 런던에도 우후죽순처럼 커피하우스가 생겨나 1675년경 영국 전체에 3천 곳 이상으로 확산되었다. 이후 정작 카페문화가 융성했던 나라는 프랑스였다. 1686년 유명한 카페 '르 프로코프'가 문을 열어 볼테르, 루소 등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모임장소로 애용되어 카페문화가 융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16세기 이후 근대들어 커피를 대량 수입한 사람들 역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유대인들이었다. 동인도회사 유대인들은 커피 수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커피를 직접 재배할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당시 커피나무 재배에 성공한 인도에 스파이를 보내 커피원두와 묘목을 밀반출해왔다. 그 뒤 이들은 네덜란드 식물원에서 커피묘목 재배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 커피묘목을 스리랑카 실론으로 가져가 대규모 재배를 시도했지만 해충 피해로 실패했다. 그러자 유대인들은 실론에는 커피 대신 중국에서 훔쳐온 중국차를 재배했다. 한편 커피재배 역시 포기하지 않고 1696년 커피 종자를 인도네시아 자바로 가져가 마침내 그곳에서 대규모 커피농장을 일구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커피의 최초 대량재배는 아시아에서 시작됐다. 그 뒤 유대인들은 커피재배와 커피교역 양쪽 모두를 주도했다. 이후 커피는 중남미로 전파되었다.


필자가 콜롬비아 근무할 때 보니 콜롬비아의 커피수출 역시 유대인들이 주도하고 있었다. 스타벅스를 창업한 하워드 슐츠 역시 유대인이다.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커피 유통은 유대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미지: 텍스트